'미분양 늪'서 살아난 파주ㆍ검단…"고맙다, 분양가 상한제"

입력 2019-09-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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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내 청약 마감되고 분양권에도 웃돈 형성

정부가 지난 5월 뛰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3기 신도시 후보지들을 발표하자 1· 2기 신도시 주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입지상 서울에 더 가깝고 기반시설도 잘 갖춰질 3기 신도시가 조성될 경우 1·2기 신도시의 집값 하락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산과 인천 검단 등 1·2기 신도시 주택시장은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침체의 늪에 빠졌다. 하지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주변 일대 주택 공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침체했던 주택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이달 초 진행한 경기도 파주시 운정3지구 ‘e편한세상 운정 어반프라임’아파트 청약을 받은 결과 평균 2.16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순위 내 마감했다. 올해 운정신도시 분양 단지 중 처음으로 순위내 마감 단지가 나온 것이다.

2기 신도시인 이 곳은 앞서 3기 신도시의 발표로 미분양 우려가 커지며 우여곡절 끝에 12년 만에 중흥건설·대우건설·대방건설 등 3개 건설사가 동시분양을 진행했다. 입지에 따른 청약경쟁률 차이는 있지만 모두 흥행에 실패하며 장기 미분양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지난달 중흥건설의 ‘중흥S-클래스’ 아파트(1262가구)가 100% 분양 완료했다. 대방건설의 ‘파주운정 대방노블랜드’도 완판 대열에 합류했고 대우건설도 마지막 물량 소진에 집중하고 있다.

파주 운정신도시와 함께 3기 신도시의 대표적인 피해 지역으로 꼽혔던 인천 검단신도시 역시 최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팔려나가면서 완판(100% 계약) 단지도 잇따르고 있다.

동양건설산업은 지난 5월 검단신도시에서 공급한 ‘검단 파라곤’(887가구)이 분양한 지 3개월여 만에 전 가구 계약을 마쳤다고 지난 6일 밝혔다.

검단 파라곤 아파트뿐만 아니라 검단 센트럴푸르지오와 검단 한신더휴, 검단 대방노블랜드도 최근 분양 계약자를 모두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2기 신도시인 검단신도시 주택시장은 지난해 12월과 올 5월 인천 계양지구와 부천 대장지구가 각각 3기 신도시 후보지로 지정된 이후 극심한 침체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검단신도시 내 분양 단지들이 속속 팔려나가고 있다.

검단신도시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지난 한 달 사이에 시장 분위기가 많이 좋아져 지금은 새 아파트는 물론 구축 단지에서도 급매물이 거의 다 소진됐다”며 “오는 11월부터 검단 호반베르디움과 검단 금호어울림, 검단신도시 유승한내들 에듀파크 등의 전매 제한(1년)도 풀리는데, 이를 노리는 대기 수요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입주를 앞둔 아파트 단지의 분양권에는 프리미엄(웃돈)이 붙기 시작했다. 파주 운정2지구에서 내년 입주 예정인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전용면적 84㎡짜리 분양권은 요즘 4억8000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호가는 5억원까지 형성됐다. 분양가 대비 8000만~1억 원 오른 셈이다.

검단신도시 우미린 더퍼스트 전용 84㎡도 분양가보다 3000만원 가량 비싼 4억4060만 원에 최근 거래됐다.

이처럼 3기 신도시의 직격탄을 맞았던 파주 운정신도시와 인천 검단신도시 주택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데는 교통 여건 개선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도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막대한 차익을 기대한 수요자들이 청약에 몰리고, 결국 커트라인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청약 가점이 낮은 수요자들이 서울과 수도권 인기지역 아파트 청약을 포기하고 이들 2기 신도시로 일부 이동했다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공급 부족 우려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앞으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는 실수요자들이 많다”며 “여기에 늘어나는 전매 제한 기간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운정·검단신도시의 경우 교통 여건 개선과 함께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들 지역은 향후 가격 급등세는 없겠지만 지금보다 떨어질 요인 또한 없어 실거주 목적이라면 아파트 분양 또는 매입을 검토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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