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 닛산 출신 인재영입 확대…마케팅 이어 디자인까지

입력 2019-09-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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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림 하비브’ 수석 디자이너 영입, 기아차 스포티 라인업 영토확장

현대ㆍ기아자동차가 닛산 출신의 글로벌 인재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영과 딜러 네트워크를 넘어, 디자인 분야에서도 글로벌 닛산 출신이 합류 중이다.

6일 기아자동차는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본 닛산의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Infiniti)’ 출신의 수석 디자이너 ‘카림 하비브(Karim Habib)’를 디자인센터장(전무)으로 영입했다.

내달부터 기아차에 합류할 하비브 전무는 현대자동차그룹 루크 동커볼케 디자인담당 부사장과 함께 기아차의 디자인 전략과 향후 방향성을 수립하게 된다.

현재 현대차그룹 디자인은 동커볼케 부사장이 총괄 중이다.

그 아래 현대차디자인센터(이상엽 전무)와 기아차디자인센터(카림 하비브 전무)가 각각 공존한다.

두 회사의 선행 디자인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인물은 동커볼케 부사장을 비롯, 최고위층 경영진 일부에 불과하다. 그만큼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의 디자인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기아차 디자인센터는 올 1월 윤선호 부사장이 물러나면서 약 7개월째 센터장이 공석이었다. 기아차는 이를 기점으로 뒷바퀴굴림 ‘스포티’ 모델 디자인 경험을 두루 갖춘 스타급 디자이너를 물색하고 나섰다.

그리고 그 끝에 카림 하비브 전무와 공감대를 찾고 영입에 성공했다.

▲현대기아차는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왼쪽)이 디자인을 총괄한다. 그 아래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디자인센터를 두고 브랜드 방향성을 확립하고 있다. 사진 중앙이 현대차디자인센터장 이상엽 전무, 오른쪽은 닛산 출신으로 새로 합류한 카림 하비브 기아차 디자인센터장 전무. (사진제공=현대기아차)

◇BMW 자카토 쿠페와 벤츠 C-클래스 디자인 주도=하비브 전무는 다양한 고급차 및 콘셉트카를 디자인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기아차 브랜드의 디자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인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는 일본 닛산의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를 비롯해 독일의 BMW와 벤츠 등 고급차 브랜드에서 중책을 맡으며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두지휘 했다.

특히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 방향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각 회사의 자동차 브랜드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바논 출생으로 이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카림 하비브 전무는 1979년 이란혁명이 발발하자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이주한 뒤 그리스를 거쳐 캐나다에 정착했다.

독일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물론, 일본 인피니티 역시 뒷바퀴굴림 스포티 모델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짜고 있다.

자동차 디자인업계에서 앞바퀴굴림차 디자인과 뒷바퀴굴림 디자인 영역이 뚜렷하게 갈려져 있는 만큼, 하비브 전무는 향후 뒷바퀴굴림 중심의 기아차 스포티 모델 라인업 완성에 적잖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림 하비브 전무는 “고객이 자동차를 이용하는 모든 순간 자동차의 브랜드 정체성이 진정성 있게 느껴져야 한다. 이 브랜드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바로 디자인”이라고 강조했다.

▲카림 하비브 기아차 디자인센터장은 메르세데스-벤츠에서 C-클래스(W205) 디자인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향후 기아차 역시 뒷바퀴굴림 스포티 모델 중심의 제품전략을 확대한다. (출처=다임러AG 미디어)

◇카를로스 곤의 오른팔 호세 무뇨스도 현대차 합류=이같은 닛산 출신 인재 영입은 올 봄부터 본격화했다.

앞서 현대차는 북미시장 회복과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영토확장을 위해 닛산 출신 ‘랜디 파커’를 판매담당 부사장을 영입했다.

파커 부사장은 6월부터 브라이언 스미스 현대차 미국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역량 발휘에 나섰다.

파커 부사장은 미국 GM과 일본 닛산에서 30년 넘게 몸담아온 판매 마케팅 전문가다.

GM에서는 25년간 판매와 마케팅, 재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2013년 닛산으로 자리를 옮겨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 북미 부사장과 닛산 USA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시작점은 4월 현대차에 합류한, 닛산 전사성과총괄(CPO) 출신 ‘호세 무뇨스’ 사장이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및 미주권역 총책임자로 활동 중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사업 운영과 수익성 확대를 위해 이 분야의 전문가인 무뇨스 사장을 영입하고 글로벌 현장 실행력을 한층 높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무뇨스 사장에 이어 파커 부사장의 영입으로 현대차 미국법인은 북미 시장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새로 합류한 이들이 일본 닛산의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에서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제네시스 마케팅 강화에도 일정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현대차는 연구개발분야에서 독일 BMW 출신을, 북미지역 판매와 마케팅 부문에서 닛산 출신 인재를 속속 영입 중이다.

연구개발본부장에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임명한 것을 비롯해 디자인 총괄에 벤틀리 수석디자이너 출신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상품본부장에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 등을 영입했다.

판매 마케팅 분야에서는 지난달 호세 무뇨스 사장 영입에 이어 랜디 파커 부사장까지 닛산 출신 글로벌 인재를 보강 중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4월 닛산 출신 호세 무뇨스(오른쪽) 사장을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했다. 카를로스 곤(왼쪽) 전 르노-닛산 회장의 오른팔(ally)로 알려졌다. (출처=닛산글로벌미디어)

◇현대기아차 중장기 전략과 일맥(一脈)=닛산 출신의 영입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계의 합종연횡과도 일맥한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이 물러나면서 그의 측근들이 하나둘 닛산을 떠나는 양상이다. 무뇨스 사장 역시 구조조정 전문가 곤 전 르노-닛산 회장의 최측근(ally)으로 알려져 있다. 회장이 큰 그림을 그리면 이를 실행에 옮겨내는 게 그의 몫이었다.

나아가 닛산 출신 인재들은 최근 현대차가 최근 공언한 중장기 경영 전략 수행에 적임자로 손꼽힌다.

현대차는 ‘2022년 영업이익률 7% 달성’을 공언했다. 이는 닛산이 2011년 발표한 중장기 계획 ‘닛산 파워 88’과 일맥한다. 2016년까지 글로벌 점유율 8%와 영업이익률 8% 달성한다는 목표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랜디 파커 부사장 영입과 관련해 “북미시장은 물론 글로벌 자동차 사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경험과 비전을 지닌, 지속가능한 성장을 주도할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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