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사실상 디폴트”...S&P, ‘선택적 디폴트’로 신용등급 하향

입력 2019-08-3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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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좌파 정권 탄생이 가시화하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외화 및 통화 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선택적 디폴트(SD)’로 하향조정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S&P는 이날 발표문에서 “아르헨티나 정부는 전날 모든 단기 채권 상환 기한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며 “이는 우리의 기준으로는 디폴트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

앞서 아르헨티나 정부는 28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1010억 달러 상당의 채무 만기 연장을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에르난 라쿤사 아르헨티나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기관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페소 표시 단기 채권 70억 달러의 연내 상환을 연기하고, 장기 채권 500억 달러에 대해 투자자의 자발적인 리프로파일링(기한 연장)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IMF로부터 받은 440억 달러에 대해서도 채무 만기를 재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라쿤사 장관은 “10월 대선을 앞두고 페소 가치 하락이 지속돼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자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페소 가치는 미국 달러에 대해 연초 이후 35%나 떨어졌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달러를 팔고, 페소를 사는 시장 개입을 반복, 외환보유고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12일에도 기준금리를 10% 인상하고, 달러를 팔고 페소를 사는 환율 개입도 실시했고, 13일에도 환율 개입을 반복했지만 페소 매도 압력에 밀렸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IMF와 총 56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에 합의했다. 560억 달러 중 440억 달러가 이미 지급됐으며, 내달 54억 달러가 추가로 대출될 예정이다. 당초 합의대로라면 상환은 2021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시장에서는 지난 11일 치러진 대선 예비선거에서 좌파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총리가 47%의 득표율로, 마우리시오 마크리 현 대통령을 15%포인트 이상 따돌리고 압승을 거둔 이후 좌파 정권 탄생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다.

페르난데스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도 IMF와의 재협상 의사를 밝히며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우려를 키웠고, 최근 현지를 방문한 IMF 실사단과의 회동에서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는 IMF 실사단과의 회동 후 성명에서 “아르헨티나가 IMF에서 받은 대출금과 이에 연계된 일련의 조건은 어떤 바람직한 결과로도 이어지지 못했다”며 “IMF와 현 정부가 현재의 경제 위기를 초래했고, 위기를 바로잡을 책임도 IMF와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이후 디폴트를 자주 일으키고 있다. 2015년 출범한 마크리 정권은 이런 부정적인 유산과 결별하고자 애썼지만, 통화 가치 하락에 결국 지난해 IMF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아르헨티나가 채무 만기를 연장했다는 소식에 미국 하버드대학의 카르멘 라인하르트 교수는 “아르헨티나의 디폴트는 피할 수 없다”며 곧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라인하르트 교수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28일 발표한 ‘리프로파일링’ 계획은 국내법을 준거하는 채권에 대해, 신용평가사가 신속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 디폴트에 이미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외국법에 준거하는 채권은 채권 보유자에게 상환까지의 기간 연장을 요구해도 디폴트에 해당하지 않지만, “6개월 연장되면 기적이다”라는 인식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아르헨티나는 정치적 혼란과 경기 위축, 민간 자본 시장에 대한 접근 불능, 본격적인 자본 도피의 시작, IMF에 극단적인 의존이 병존하는 상황에 있다”며 “IMF 자금도 기한을 맞는 채무 상환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 매우 어려운 상태”라고 진단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고는 575억 달러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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