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시장 친환경 바람(下)] “초·중·고 넘어 직장까지 친환경 급식 이뤄져야죠”

입력 2019-08-28 19:09수정 2019-08-2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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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 대학교 친환경 급식 첫발...논산 생산 유기농 비중 70%까지 확대 추진

▲권길성 들녘 전무이사(맨 오른쪽)가 침례신학대학교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파이팅을 다지고 있다. 사진제공 들녘
“학생들이 후식으로 친환경 딸기와 토마토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을까요? 분명히 있답니다.” 충남 논산시 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만든 농업회사법인 ‘들녘’의 권길성 전무는 27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들녘은 올해 대전 유성구에 있는 침례신학대학교에 친환경 급식을 시작했다. 침례신학대학교의 학생과 교직원 수는 2200명이다. 1년 기준으로 친환경 농산물에 드는 비용은 7억~8억 원이다. 아직은 논산에서 나는 친환경 농산물 비중이 50%를 밑돌지만 조만간 70%까지 늘릴 계획이다. 나머지는 공주와 부여에서 가져온다.

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대학에 공공급식을 시작한 것은 들녘이 처음이다. 대부분 대기업에서 운영하거나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아무래도 대기업 등은 식당 운영을 통한 수익이 중요하기 때문에 친환경 농산물을 쓰기 힘든 구조다. 친환경 농산물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이를 공공급식에서 보기 어려운 이유다.

들녘이 침례신학대학교에 친환경 급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까지 한 대기업이 대학 식당을 운영했다. 그러다 들녘을 만나 친환경 급식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전까지 입찰 전제조건은 300인 이상 식당을 운영해본 대기업만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입찰에서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을 더 붙여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 유통할 수 있는 법인이 추가됐다. 이런 제한경쟁입찰을 통해 들녘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친환경 급식을 시작했다. 여기에는 한 가지 운이 더해졌다. 침례신학대학교는 권 전무의 모교다. 권 전무는 침례신학대학교를 졸업한 후 목회활동을 해왔다. 그러다 논산으로 귀농한 것이 10여 년 전이었다. 친환경 쌀농사를 지으며 늘 판로를 걱정했다.

권 전무는 자신이 농사지은 쌀이 대북지원용 쌀로 지정돼 북한에 갈 기회가 생겼지만 연평해전으로 중단되는 아픔도 겪었다. 판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학교 급식으로 친환경 농산물이 공급되고 있는데 잉여 농산물이 너무 많다는 점을 알게 됐다. 그는 이문제의 해결 방법을 놓고 고민하다 공공급식을 생각했다. 학교 급식은 국가 예산이 들어가다 보니 규격에 대한 규제가 있고 맛 좋고 품질이 좋아도 공급이 쉽지 않다. 식당 직원들이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품질이 안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아울러 친환경 농산물을 일반마트나 대형슈퍼, 쿠팡 같은 업체에도 납품하지만 상품화를 위해 못생긴 건 팔 수가 없다. 친환경 농산물 생산자 입장에서 리스크가 크다.

친환경 급식은 다르다. 우선 질이 좋고 규격이 다양한 농산물이 모두 쓰이고 잉여 농산물 데이터를 통해 그거에 맞게 메뉴가 정해진다. 가령 감자가 남으면 다음 주에 감자국이나 감자채를 메뉴에 추가하는 식이다. 직원들도 규격이 고르지 못한 농산물로 음식을 만드는 데 거부감이 없다.

물론 친환경 급식이다 보니 단가가 비싸 기존 대기업 식당과 비교해 800원이 비싼 4500원을 받는다. 처음엔 호불호가 갈리고 인적 시스템을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기존 식당과 달리 자율 배식으로 바꾸고 딸기나 토마토 같은 후식도 제공해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다.

또 기존 유통경로는 생산자가 돈을 받기까지 짧으면 50일, 대기업은 더 길다. 그러나 친환경 급식은 현금 회전이 빠르다. 카드로 결제해도 3일 안에 입금되고 매출도 곧바로 발생한다.

권 전무는 목회 활동 경험을 통해 교회가 친환경 농산물의 소비시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립학교 중 대전 목원대, 한남대, 배재대, 금산 중부대 등 기독교계 학교부터 공공급식을 시작하자는 것. 선교 가치를 걸고 농촌을 섬길 수 있는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

권 전무는 “현재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는 친환경 급식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학과 군대, 직장에서는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직장에서도 친환경 급식이 이뤄져야 한다”며 “JYP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가수 박진영이 설립한 JYP엔터테인먼트는 1년에 20억 원을 투자해 친환경 급식을 이뤘다.

들녘은 하반기부터 학교에 친환경 매장을 만들고 친환경 농산물로 만든 반찬도 판매할 계획이다. 공공급식을 위한 사회적 협동조합도 구상하고 있다.

침례신학대학교는 들녘의 친환경 급식에 만족하고 있다. 친환경 농업은 예수님의 가르침에 적합하고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명처럼 친환경 농산물로 이웃을 먹이는 친환경 농부야말로 예수님의 제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친환경 음식은 값이 비싸 먹고 싶어도 못 먹는 게 현실인데 친환경 급식에 감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권 전무는 귀농하는 청년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귀농한 청년들이 당장 매출이 많아져서 성공하기 어렵다”며 “청년수당 100만 원을 주지만 일하면서 기본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친환경 농산물 유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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