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성사되면 기업가치 2000억 달러 넘는 거대 기업으로 탄생
세계적으로 담배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담배업계의 두 공룡이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말보로’로 유명한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과 알트리아가 합병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합병이 성사되면 2008년 쪼개진 이후 십여 년 만에 재결합하는 셈이다.
WSJ은 “담배 판매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담배업계 두 공룡의 합병은 블록버스터급 거래”라며 합병이 성사될 경우 기업 가치 2000억 달러(약 243조 원)가 넘는 거대 기업이 탄생한다고 평가했다.
WSJ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현재 프리미엄 없이 주식을 전량 인수하고 동등 합병(비슷한 규모의 두 회사가 단일 회사로 합병한 뒤 신규 주식을 발행하는 것)하는 조건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논의된 바로는 필립모리스가 합병 법인 지분 59%를, 알트리아가 41%를 보유할 전망이다.
필립모리스는 1847년 영국 런던에서 작은 담배 가게로 출발했다. 1902년 미국 뉴욕에 법인을 설립했고, 뉴욕 법인은 2003년 알트리아그룹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러다가 2008년 미국을 제외한 해외 사업을 전담할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이 알트리아에서 분사돼 나왔다. 소송 등의 위험을 낮춘다는 이유였다.
이 때문에 두 회사는 담배 제품 목록도 똑같다. 유명 담배 브랜드 중 하나인 ‘말보로’의 경우 알트리아는 미국 내 판권을, 필립모리스는 나머지 지역 판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필립모리스와 알트리아는 담배 판매 감소로 고전해왔다. 성인 흡연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쥴(Juul)’ 같은 전자담배의 시장점유율이 늘었기 때문이다. 필립모리스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도 1.9% 하락했다.
지난해 알트리아가 128억 달러를 투자해 쥴의 지분 35%를 인수에 나섰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이 두 회사가 재합병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해왔다.
특히 4월 미 식품의약처(FDA)는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를 필립모리스와 알트리아가 공동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것이 합병의 촉매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또 해외로까지 외연을 확대하고 있는 전자담배업체 쥴의 인기도 양사 합병을 촉진했다.
두 회사 합병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필립모리스 주가는 8% 가량 하락해 71.70달러로 장을 마쳤다. 알트리아는 4% 떨어진 45.25달러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