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⑧] 아우 챙기는 든든한 맏형처럼...협력사와 ‘상생 어깨동무’

입력 2019-08-2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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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 - 협력사와 ‘기업시민’ 도약

“생각해보세요. 가본 적도 없는 곳에 공장 세우고 직원 뽑아 운영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발주사가 여러 가지 도와줬고, 또 믿고 같이 가니까 가능한 일입니다.”

기아자동차는 2016년 멕시코 ‘누에보 레온’ 주(州)에 조립공장을 세웠다. 중남미 소형차 시장 공략은 물론, 대미 수출 전진기지 역할이었다. 이곳에서는 준중형차 K3와 소형차 리오를 생산해 멕시코는 물론 미국으로 꾸준히 수출 물량을 보내는 중이다. 현대차도 생산한다. 리오와 플랫폼을 나눠쓰는 엑센트를 이곳에서 만든다. 이 역시 주력 시장인 미국을 겨냥한 생산 전략이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기아차 멕시코 공장은 지난해 29만4600대를 생산했다. 이 가운데 약 48%에 해당하는 14만1800여 대가 미국 수출길에 올랐다.

본격적인 양산을 앞둔 2015년, 현대모비스와 부품 협력사 10여 곳도 멕시코 기아차 공장 인근에 동반 진출했다.

현지에 파워트레인 부품 조립공장을 설립하고 초기 양산화 작업을 주도했던 협력사의 한 임원은 “초기에 막막했지만 기아차와 현대모비스가 있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전체가 공정거래 협약을 통해 체계적인 협력사 지원에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 현대차그룹
◇현대차 글로벌 주요 거점에 협력사와 동반 진출 = 재계 주요 기업은 2000년대 들어 본격적인 글로벌 사업 확대에 나섰다. 동시에 협력사가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2017년 협력사 간 상생협력 관리체계 강화를 핵심으로 한 ‘선순환형 동반성장 5대 전략’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해외 동반진출의 경우 단순하게 납품을 받기 위한 협력사의 진출 차원을 넘어선다. 현대차그룹은 협력사의 효율적인 생산관리 시스템 구축을 돕고, 거래선 다변화 및 매출 확대도 지원 중이다.

예컨대 해외 자동차 부품 산업전시회 참가를 지원하거나 해외 바이어를 매칭시켜주는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이런 지원은 단순히 1차 협력사에 머물지 않고 2·3차 중소 협력사의 수출 마케팅 지원으로 확대되는 중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자동차 개발과 생산이라는 고유 활동을 넘어 사회적 문제에도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기업시민’을 경영에 내재화하고 있는 셈이다,

▲LG전자와 98개 협력사가 지난 3월 경남 창원시 창원R&D센터에서 ‘LG전자 협력회 정기총회‘를 개최하는 모습. LG전자는 협력사 해외 동반진출 때 적극적인 자금 지원에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 LG전자
◇자금 빌려주는 LG전자·강소기업이 설계한 SK 美 공장 = LG전자의 경우 협력사 해외진출에 자금을 적극 지원 중이다. 당장 노하우와 기술력을 전달한다 해도 이들 스스로 설립자금을 동원해 해외에 공장을 세우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다.

LG전자는 단순히 공장 건설이 아닌, 건설의 단초가 되는 자금부터 지원하고 있다. 무턱대고 지원하는 게 아니다. 400억 원의 예산을 마련하고 협력사에 무이자 대출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더 많은 협력사가 해외진출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IBK기업은행 및 산업은행과 2000억 원 규모의 펀드도 운영 중이다. 앞서 올해 초 협력사 신년회에 나선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역시 “상생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함께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한 바 있다.

SK그룹은 해외 전진기지의 근간인 공장 설립 단계에서부터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배터리 및 소재 생산설비의 경우 설계 경험을 지닌 업체가 극히 적다. 결국 대형 건설사가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 맡아온 것이 현실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중소 플랜트 전문 협력사들과 함께 상생협력을 추진하며 해외 공장을 건설 중이다. 미국 공장 건설을 앞두고 대형 건설사에 발주를 주는 게 아닌, 설계용역 전문업체인 ‘MAP한터인종합건축사’와 100억 원 가까운 설계용역을 체결하기도 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경우 중국 창저우(滄州)에 건설 중인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LiBS) 공장 설계를 위해 중소협력사들과 건설 계약을 추진해 눈길을 끌었다. 대기업이 대기업에 공장 건설을 맡기는 관례를 벗어나 강소기업이 대기업의 생산설비를 설계할 수 있다는 사례를 성공적으로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두산그룹은 협력사와의 ‘소통’에 방점을 찍는다. 사진은 두산인프라코어가 6개 협력사와 통합부스를 세워 눈길을 끌었던 한국기계전(KOMAF)의 모습. 사진제공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현지 진출 노하우와 법률자문 지원 = 두산그룹은 해외 진출 협력사와 꾸준히 소통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기술력 및 재무 지원, 커뮤니케이션 활동 등 다양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두산은 현지 진출 협력사에 법률 자문을 집중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나아가 협력사와의 정기적인 간담회와 수시 방문 등을 통해 원활한 소통채널도 구축하고 있다.

실제로 두산중공업 협력사 6곳은 지난해 8월 두산비나가 위치한 베트남 ‘쾅아이성’ 공단에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두산 측은 이 과정에서 베트남 현지의 행정과 재무, 경영, 인사 등에 대한 컨설팅을 지원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베트남 현지 주무관청과의 협의도 이어가고 있다.

두산그룹의 이 같은 현장중심 동반성장 활동에 호평도 이어졌다.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 주최로 열린 ‘2018 대한민국 동반성장 대상’ 시상식에서 동반성장지수평가 최우수기업에 두산이 선정됐다.

재계 관계자는 “협력사의 현지 진출 지원이 다양한 과정과 경로, 수단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들 협력사가 스스로 노하우를 익히고 이를 통해 또 다른 나라에서 또 다른 발주처와 계약을 맺는 수준에 이르도록 지원의 다각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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