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지갑...‘노브랜드버거’·‘대용량 맥주’ 등 가성비·가용비 상품으로 녹인다

입력 2019-08-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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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노브랜드’ 상표.(사진제공=신세계)

국내 소비 심리가 위축됨에 따라 식품 업계는 이른바 ‘가성비’ ‘가용비’(가격 대비 용량)를 높인 제품들을 속속 출시해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경제 보복 등 대내외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과 투자, 내수가 모두 부진한 가운데 한국은행의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소비자심리지수가 95.9로 한 달 전보다 1.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는 용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는 등 가성비 소비 트렌드에 맞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높은 관심으로 재탄생된 버거 브랜드 ‘노브랜드 버거’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 첫선을 보인 신세계의 버거 브랜드인 버거플랜트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본사에 테스트 키친을 뒀고, 정 부회장이 직접 시식하는 등 적극 참여할 정도다.

신세계푸드는 버거플랜트의 가성비라는 강점과 함께 패티 두께를 20%가량 늘리는 등 프리미엄 요소를 추가해 지난 19일 노브랜드 버거를 론칭했다. 실제로 노브랜드 버거 세트 메뉴 가격은 최소 3900~6900원으로 여타 버거 프랜차이즈보다 저렴하다. 사이드 메뉴들도 4000원대에 가격이 형성됐다. 이같은 가성비 트렌드가 입소문 나면서 노브랜드 버거는 오픈 이후 하루 1500여명이 다녀가는 등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세계푸드 ‘노브랜드 버거’.(사진제공=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 측은 “최근 소비심리 위축에 따라 향후 외식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더 높은 가성비의 메뉴와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가성비 버거’라는 콘셉트를 소비자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노브랜드’ 상표를 적용하고,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롯데주류는 낮은 마진을 감수하고서라도 발포주와 1㎖당 가격이 비슷한 ‘피츠 수퍼클리어’ 대용량 제품을 한정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의 용량은 420㎖로 기존 제품(355㎖)보다 용량은 20%가량(65㎖) 늘었다. 반면 출고가는 902원으로 355㎖ 캔보다 337원 저렴하다. 심지어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발포주와 1㎖당 가격이 비슷한 수준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품질은 유지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등 가성비, 가심비를 모두 갖춘 기획 패키지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롯데주류 ‘피츠 수퍼클리어’.(사진제공=롯데주류)

담배도 가성비 시대가 열렸다. 전자담배 등장 이후 점차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기존 궐련 업체들이 가격대를 낮춘 담배 출시를 늘려가는 추세 때문이다.

BAT코리아는 지난달 ‘켄트’를 3500원에 출시했다. 켄트는 전국 편의점과 담배소매점에 재고가 확보된 7월 둘째 주부터 소매 판매량이 두 배나 늘었는데, 이는 BAT코리아 역대 신제품 중 첫 달 판매로는 가장 높은 수치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 판매되고 있는 궐련 담배제품 총 230종 가운데 4500원 미만 제품은 전체의 14%인 25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JTI는 ‘카멜’, KT&G는 ‘디스’ 등 각각 8종의 저가형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BAT코리아 ‘켄트’.(사진제공=BAT코리아)

라면도 가성비 대열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농심은 지난 2월 저가형 ‘해피라면’을 출시했다. 해피라면의 봉지당 편의점 판매 가격은 700원으로, 경쟁사인 오뚜기 ‘진라면’보다 50원 저렴하게 책정했다. 농심 관계자는 “해피라면의 상반기 매출액은 약 60억 원으로 사리곰탕, 멸치칼국수 등 전통 스테디셀러와 비슷한 매출 수준으로 순항 중”이라고 말했다. 팔도도 지난해 10월 말 이마트24와 ‘민생라면’을 출시했다. 출시 당시 봉지당 550원이라는 높지 않은 가격을 책정했지만, 지난 2월에는 가격을 390원으로 추가 인하했다. 민생라면은 가격 인하 직후 3주 만에 100만개 이상 팔렸다.

▲팔도가 이마트24와 손잡고 출시한 ‘민생라면’.(사진제공=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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