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법원 "접속경로 변경, 이용제한으로 보기 어려워"...페이스북, 1심 승소

입력 2019-08-2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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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접속 속도를 고의로 저하시켰다는 이유로 내려진 과징금 등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페이스북이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박양준 부장판사)는 22일 페이스북 아일랜드 리미티드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 명령 등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8년 3월 21일 페이스북에 대한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지난해 3월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서버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이용자의 접속 속도를 제한했다며 과징금 3억9600만 원을 부과했다.

당시 국내 이통사와 망 사용료를 두고 조율 중이던 페이스북이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압박용으로 속도 저하를 일으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해 지난해 5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이 법에서 정한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구 전기통신사업법 등은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가입·이용을 제한 또는 중단하는 행위를 하지 못 하게 하고 있다.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행위는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지연하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한 행위에 해당할 뿐 ‘이용의 제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설령 국내 통신사와의 인터넷망 접속 관련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서비스 비용을 추가로 지급하지 않기 위해 접속경로를 변경해 피해가 발생, 이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더라도 추가적인 입법을 통해 명확한 제재수단 마련에 앞서 조항의 해석 범위를 벗어나면서까지 범위를 확대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방통위가 페이스북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쳤는지에 대한 판단 근거로 삼은 자료들이 객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접속경로 변경 전’의 응답 속도, 민원건수 등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 처분했는데, 이러한 기준은 상대적, 주관적, 가변적이므로 적절하지 않다”고 짚었다.

방통위 관계자는 “국내 이용자들에게 사전 고지 없이 (정속경로를) 우회해 피해를 입혀 (시정명령 등) 처분을 한 것”이라며 “명확하게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며 항소할 계획을 밝혔다. 이어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동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재판은 해외에 서버를 둔 글로벌 콘텐츠 제공업체(CP)와 국내 이통사 간의 망 사용료 협상에 영향에 줄 것으로 예상돼 판결 결과에 이목이 쏠렸다. 그간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CP사들은 망 사용료를 제대로 부담하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내 사업자들은 매년 수백억 원을 망 사용료로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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