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도이체방크…2분기 순손실 4조원 넘어

입력 2019-07-2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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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 엡스타인과의 수상한 거래도

▲도이체방크 주가 추이. 23일(현지시간) 종가 7.95달러. 출처 마켓워치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바람 잘 날이 없는 고통스러운 시기를 겪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시장 예상보다 훨씬 부진한 2분기 실적을 낸 것은 물론 최근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구속된 미국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수상한 거래가 포착됐다고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도이체방크는 이날 2분기 순손실이 31억5000만 유로(약 4조1338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레피니티브 집계 전문가 예상치인 17억 유로 적자는 물론 도이체방크 스스로가 전망했던 28억 유로 순손실도 뛰어넘는 손실 규모다.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같은 기간 4억100만 유로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이후 잇따른 스캔들과 주가 하락으로 실적 부진 수렁에 빠졌다. 도이체방크 주가는 지난 1년간 30% 이상 하락했다.

올해 2분기 순매출은 62억 유로로, 전년 동기의 65억9000만 유로에서 감소했다. 보통주 자기자본비율은 1년 전의 14.7%에서 13.4%로 낮아졌다.

특히 지난 분기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34억 유로 비용을 계상하면서 적자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도이체방크는 이달 초 사실상 투자은행(IB) 사업을 포기하고 오는 2022년까지 1만8000명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이달 말 도이체방크 주요 임원들도 줄줄이 은행을 떠날 예정이다.

도이체방크가 신경 써야 할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WSJ는 이날 도이체방크가 엡스타인의 자금 관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고 폭로했다. 엡스타인이 도이체방크의 프라이빗뱅킹(PB) 계좌 수십 개를 활용해 수년간 자신과 관련된 자산이나 고객 자금 등을 관리했다는 것이다.

엡스타인은 이달 초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전격 구속됐으며 보석 석방 청구도 기각됐다. 그는 2008년에도 비슷한 혐의로 체포됐으나 감형 협상을 통해 징역 13개월형만을 받았다.

그는 오랫동안 JP모건체이스의 고객이었으나 JP모건은 평판에 손상이 가는 것을 우려해 2013년에 거래를 중단했다. 비슷한 시기 도이체방크가 그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그러나 도이체방크도 내부 직원 일부가 지난해 11월 엡스타인의 새로운 성범죄 혐의에 대한 폭로기사를 보고 우려를 제기해 거래를 중단하기 시작했다. 도이체방크 직원들은 엡스타인의 자금이 불법적인 용도에 쓰이거나 은행 평판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걱정했다고 WSJ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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