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학살자’ 오명, 리펑 중국 전 총리 사망…향년 90세

입력 2019-07-2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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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에 강경 진압 명령

▲리펑 중국 전 총리가 1995년 10월 24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유엔 창설 5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리펑 전 총리는 22일 사망했다. 베이징/AFP연합뉴스
1989년 톈안먼 사태 당시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을 명령해 평생을 ‘톈안먼 학살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리펑(李鵬) 중국 전 총리가 사망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리펑 전 총리는 전날 밤 11시 11분께 베이징에서 9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현지 언론들은 리펑 전 총리가 병마와 싸우다가 별세했다고 전했으나 병명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는 1980년대와 90년대 중국에서 총리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등을 역임했지만 톈안먼 사태 당시 강경 진압을 주도했던 자신의 역할로 ‘베이징의 학살자’라는 꼬리표가 붙었다고 BBC는 설명했다. 리펑은 이후 자신의 행동에 대해 필요한 일이었다고 옹호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리펑 전 총리는 전심전력으로 인민을 위해 봉사하고 공산주의 사업을 위해 분투한 삶을 보냈다”고 추모했다.

톈안먼 시위 주역 중 하나이자 현재 망명 중인 우얼카이시는 리펑의 죽음에 대해 BBC에 “그 소식을 듣고 기뻤다”며 “1989년 6월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은 여전히 정의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리펑은 6월 4일 학살을 주도한 학살자였다. 이것이 세상과 역사가 그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보여준다”며 “언젠가는 중국 교과서에도 이 내용이 실리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리펑은 1928년 쓰촨성에서 공산주의 혁명가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아버지가 국민당에 의해 사형돼 3세 때 고아가 됐다. 아버지 동료들로부터 보살핌을 받다가 10대 시절 구소련에서 수리공학 관련 엔지니어 교육을 받았다.

덩샤오핑의 부상과 함께 정치적으로 지위가 상승해 1987년 에너지부 부장 등을 거쳐 1988년 총리에 임명돼 1998년까지 역임하고 나서 바로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맡아 2003년까지 재임하는 등 권력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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