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 안정 원해 한일 갈등 키우기 어려워…트럼프, 일본 전방위적 압박 전망
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절반의 승리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한국과의 갈등, 미국과의 무역협상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목표인 과반 의석을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베의 숙원이었던 헌법 개정을 위한 개헌발의선인 3분의 2 이상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자민당과 공명당 양당은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각각 57석과 14석을 얻어 총 71석으로 과반(63석)을 넘었다.
이번 참의원 선거는 지난해 선거법 개정으로 종전보다 3명 늘어난 124명의 의원을 뽑았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 승패 기준을 보수적으로 잡아 과반 이상을 유지하는 ‘53석 확보’라는 목표를 무난히 달성했다.
그러나 자민·공명 등 여당과 일본유신회, 여당계 무소속을 포함해 개헌세력이 ‘비개선 의석(이번에 선거를 치르지 않은 의석)’까지 포함해 총 160석으로, 개헌안 발의선인 전체의 3분의 2(164석)에 4석 부족해 자위대 근거 조항을 헌법에 담아 일본을 정상국가로 만든다는 헌법 개정은 사실상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
여전히 아베는 개헌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날 밤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총재 임기인 2021년 9월까지 헌법 개정 국회 발의와 국민투표를 목표로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아베가 중의원(하원) 해산 승부수도 던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닛케이는 ‘아베 1강’인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며 그는 안정적으로 정권 기반을 지키면서 중의원(하원) 해산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중의원에서는 이미 개헌세력이 전체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논의에 불을 지피고자 해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중의원 해산 시기로는 오는 11월이나 내년 7~9월 도쿄 하계올림픽 전후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아베는 한일 갈등과 미일 무역협상 등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과제가 산적해있다.
한국 수출 규제에 대해서는 아베 정권이 기존 강경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에 유화적인 입장으로 돌아서면 그동안 아베 정권을 지탱해왔던 보수파의 반발을 부를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아베 정권이 대한국 강경책을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번 선거 투표율은 48.80%로, 50%를 밑돌고 1995년의 44.52%에 이어 2차 세계대전 전후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자민당의 확보 의석도 지난번 선거 때만도 못했다. 닛케이는 유권자들이 큰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한일 갈등을 키우면 안정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뜻에 반하게 된다.
여기에 미국이 중재 의사를 보이는 것도 아베 정권에는 부담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22~24일 일본과 한국을 잇따라 방문한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일본 방문 당시 아베의 입장을 고려해 무역협상을 참의원 선거 뒤로 미뤘지만 단단히 벼르고 있다.
FX프라임바이GMO의 우에다 마리토 상무이사는 “향후 초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의원 선거 이후 본격화하겠다고 다짐했던 미일 무역협상 행방이 될 것”이라며 “양국 모두 여름 휴가 모드로 접어들었지만 대중국 무역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으로 화살을 돌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트럼프는 농산물 시장 개방과 방위비 분담금 확대, 호르무즈해협 파병 등 일본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환율 문제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