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효선 산업부 기자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 이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불붙듯 번져나가고 있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일본 차 주유 거부 운동’마저 벌어졌다.
몇몇 주유소는 입구에 ‘일본 차 주유 NO!’라는 현수막까지 걸었다. 한국주유소협회 소비자 게시판에는 협회 차원에서 일본 차 주유 거부 운동에 동참해 달라는 게시물이 올라온다. SNS에는 ‘일본 차 주유 거부 운동에 불참하는 주유소를 거부하겠다’는 글까지 나돈다.
반일감정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이런 행동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일본 정부에 보내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한들 이를 두고 ‘애국’이라며 선뜻 응원하기에 마음 한편이 찝찝하다.
일본 차를 몰고 있는 차주들은 “일본차를 탄다고 우리가 매국노냐”며 “이미 구매한 차를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일본 정부의 이번 수출규제와 우리 국민들의 불매운동은 하나의 전쟁이다. ‘총’ 대신 ‘돈’을 무기로 들었을 뿐이다.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군과 아군을 가려내는, 이른바 피아(彼我) 식별이다.
내가 쏜 총에 피 흘리는 대상이 누구인가를 살펴야 한다. 내가 공격한 대상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분할 수 없다면 전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
일본 차 주유 거부로 피해를 보는 쪽은 일본 정부가 아닌 일본차를 모는 우리 국민이다. 주유 거부 운동에 불참하는 주유소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망하는 건 일본 경제가 아니라 우리 주유소 사장님들이다.
일본 차를 몰고 있다며, 일본 차 주유 거부 운동에 동참하지 않는다며 우리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건 아군을 공격하는 셈이다. 우리에게 득보다 실이 크다는 소리다.
빈대 잡는 일이 중요하다지만 그렇다고 초가삼간까지 다 태울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