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 역전된 핵합의...이란, 국제사회에 경제 제재 해제 요구 나서

입력 2019-07-0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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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에 60일 내에 이란산 원유 수입 및 금융거래 재개 압박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이 7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아락치 차관은 이란이 앞으로 60일 이내에 지난 2015년 체결된 핵합의에 영향을 미칠 또다른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헤란/AP뉴시스

이란이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이행 축소 2단계 조처로 우라늄 농축 제한(3.67%)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선언하더니 또다시 유럽연합(EU)을 압박했다. 앞으로 60일 이내에 해법을 찾지 않으면 3단계 조처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일방적 핵합의 탈퇴와 대 이란 제재, 유럽의 미온적 태도를 문제 삼은 이란이 핵합의 탈퇴 수순을 밟아가면서 핵합의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60일 이내에 유럽이 해법을 찾지 않으면 핵합의 이행 범위를 또 한 번 줄이겠다”며 “우리가 제시하는 첫째 조건은 유럽이 이란산 원유 수입과 금융거래를 재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탈퇴한 지 1년 만인 지난 5월 8일 핵합의에서 약속한 핵 프로그램 동결 및 축소 의무 가운데 일부 이행을 중단하는 1단계 조처를 했다. 2031년이 기한인 저농축 우라늄과 중수의 보유 한도(각각 300㎏, 120t)를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당시 이란은 미국을 제외한 다른 핵합의 당사국에 60일의 마감시한을 제시하며 “유럽이 협상에 실패할 경우 우라늄 농축도를 올리는 것은 물론 아라크 중수로 현대화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2단계 조처 경고에도 불구하고 유럽이 미온적으로 반응하자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마감시한인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부터 우라늄 농축도가 상한선인 3.67%를 넘길 것”이라며 “새 농축 비율은 우리의 필요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라크 중수로 현대화 중단은 연기한다고 밝힌 이란은 “영국이 미국의 제재를 이유로 새 부품과 설비를 공급하지 않으면 중수로 현대화는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영국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60일의 시한을 제시하고 유럽이 핵합의를 제대로 이행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이란이 예고한 3단계 조처는 핵합의에서 제한한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의 성능과 수량을 지키지 않는 내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당장 유럽이 다급해졌다. 이란 핵합의가 물거품이 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이란에 우라늄 농축 제한 합의 파기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오는 15일까지 양측의 만남을 재개하는 조건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우라늄 농축 농도 제한 파기를 선언한 이란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추가 제재를 예고하며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란의 최근 핵 프로그램 확대는 추가적인 고립과 제재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히며 핵합의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을 고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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