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이현 ‘모어댄’ 대표 “폐차로 만든 가방, 글로벌 車회사 눈도장 찍었죠”

입력 2019-07-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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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북유럽 순방 동행… 스웨덴 볼보차 등 큰 관심 보여

울릉도에 첫 패션 팝업스토어… 도서 폐기물 해결방안 모색도

▲최이현 모어댄 대표가 2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방탄소년단(BTS),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더해 스웨덴 국왕까지 착용한 가방. 이 가방은 폐자동차의 가죽시트, 안전띠, 에어백 등을 수거해 만든 ‘모어댄’의 업사이클링(Up-cycling·새 활용) 제품이다. 모어댄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프랑스 순방에 동행한 데 이어 지난달 북유럽 순방에 동행하며 훌쩍 큰 영향력을 입증했다.

문 대통령의 북유럽 3개국 순방은 대통령 순방 최초로 스타트업 중심 경제 사절단이 동행했다. 내로라하는 스타트업 53개사와 소셜벤처(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가가 설립한 기업 또는 조직) 6개사 중에서 엔젤스윙의 박원녕 대표와 함께 모어댄의 최이현(38) 대표는 특별한 기회를 얻었다. 문 대통령과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 앞에서 소셜벤처 사례를 발표한 것이다. 당시의 떨림이 채 가시지 않은 듯한 최 대표를 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모어댄 사무실에서 만났다.

최 대표가 지난달 15일 스웨덴 스톡홀름 노르휀 하우스에서 열린 ‘한-스웨덴 소셜벤처와의 대화’에서 발표한 내용은 모어댄의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이다. 소셜벤처는 이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지만, 대중들의 시선이 마냥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그는 “‘돈이나 벌지 굳이 왜?’ 혹은 제품 질이 별로이거나 가격이 비쌀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며 “그런 시선을 바꿀 때가 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모어댄은 폐차를 가죽 가방으로 변신시키는 소셜벤처다. 차 안에 안전벨트, 에어백 같은 제품들은 태우지도 못하고 그냥 매립해야 한다. 모어댄의 브랜드 ‘컨티뉴’는 그런 폐차를 업사이클링해 가방으로 재탄생케 한다. 폐차 하나당 만들 수 있는 가방은 4개가량이며, 폐가죽 수거부터 출시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4개월이다.

최 대표는 2015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산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청창사)에 5기로 입교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합숙 때 만난 창업가와 MCM에서 상품기획을 했던 경련 단절 여성, 창업을 준비하며 색 개발을 하던 청년도 함께했다. 4명이 시작한 모어댄은 4년 뒤인 현재 20명으로 식구가 늘었다. 그중 2명은 새터민, 2명은 경력 단절 여성이다.

매출도 크게 늘고 있다. 2016년 9000만 원, 2017년 3억 원, 지난해에는 10억 원을 달성했다. 올해 목표는 40억 원이다. 지난해 매출이 크게 뛴 데에는 JDC제주면세점 입점 영향이 컸다. 서울 마포구 합정점, 고양 스타필드점에 이은 세 번째 컨티뉴 매장은 현재 월 매출 1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최 대표는 “입점 제안을 받을 때만 해도 부담감이 컸다”며 “만약에 우리가 잘 안 되면 그다음부터 사회적 기업이 입점하기 어려워질까 봐 우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월 매출 3000만 원을 예상했는데 1억 원이 된 지금 부담감을 덜 수 있어서 기쁘다”며 “지난해 말에 JDC에 사회적 기업 한 곳이 더 입점했는데 모어댄이 문을 연 계기가 됐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BTS의 멤버 RM이 2016년 컨티뉴가 샘플 생산한 백팩을 2017년 겨울 유럽 여행 중 사용했고, 그 뒤로 최태원 회장, 김 전 부총리가 쓰면서 모어댄의 매출은 10배 이상 뛰었다. 그는 “버락 오바마가 투미 백팩을 멘 뒤로 투미가 유명해진 것처럼 오피니언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며 “박영선 중기부 장관께도 ‘어떻게 지원해줄까’에 앞서 브랜드를 아끼는 의미에서 구매해 써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북유럽 순방에 동행한 성과가 꽤 뚜렷했다고 평가했다. 스웨덴 볼보자동차 관계자도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자동차 기업으로서 모어댄은 더없이 반가운 파트너다. 최 대표는 “우리나라와 스웨덴 모두 폐차 시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가 있는데 모어댄이 대신 재활용을 해줄 수 있어 자동차 회사들의 관심이 많다”고 강조했다.

유럽 진출의 전망도 더 밝아졌다.

그는 “스웨덴 인구는 1000만 명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면서 “H&M, 아크네 등을 배출한 유럽 패션 산업의 허브이자 유럽 시장을 들어가는 관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 박 장관, 스웨덴 국왕 등에게 모어댄을 소개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유럽에 진출할 때 이렇게 정상 간 만남에 동행했다는 사실이 유럽 바이어들에게 신뢰도를 줄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바이어들이 스타트업을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질 때 ‘정부에서 데려간 기업’이라는 증표를 내밀 수 있다는 이야기다.

원래 올 초에 미국 매장을 내려고 했던 모어댄은 미국 대신 독일 베를린과 스웨덴 스톡홀름에 매장을 내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5일부터 울릉도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해 4개월간 운영한다. 모어댄은 폐기물협회와 공동으로 울릉도를 포함한 도서 지역 폐기물 해결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울릉도 최초 패션 팝업스토어일 것”이라며 “돈이 안 된다고 해도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또 다른 목표는 파주에 오픈 팩토리를 여는 것이다. 현재 모어댄의 물류 창고와 공장은 다섯 군데로 나뉘어 있다. 이를 하나로 모으고 오픈 팩토리로 만들어 방문객 누구나 세척에서부터 제조 과정을 볼 수 있게끔 하려고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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