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첨단 소재 수출 규제 첫날...日기업들도 “아이고 頭야~”

입력 2019-07-0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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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실행 전 절차 설명·준비 기간 생략돼…대체 수출 등 대안 골몰·장기적으로 ‘시장 빼앗긴다’ 우려도

▲한국의 일본 수출규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의존도. 금액은 1~5월 전체 수입액. 단위 %. 위에서부터 리지스트(1억1266만 달러)/에칭가스(6478만 달러)/플루오린 폴리이미드(1296만 달러). 출처 한국무역협회·니혼게이자이신문
일본이 첨단 소재의 수출 규제를 시행한 첫날인 4일(현지시간) 한국 기업들은 물론 일본 기업들도 혼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기업들도 수출 규제 대응을 서두르고 있으나 너무 갑작스러운 정부의 조치에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4일부터 반도체 공정에서 빛을 인식하는 감광재인 ‘리지스트’와 반도체 회로를 에칭할 때 사용되는 ‘에칭가스’, OLED 제조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대한 수출 규제에 들어갔다.

이들 3개 품목 모두 일본 기업이 세계 시장 점유율 70~90%를 차지하고 있다. 또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상 품목의 1~5월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은 약 1억4400만 달러(약 1685억 원)였으며 리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일본에 90% 이상을 의존하고 있다.

규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전에는 수출 절차가 한번으로 끝나는 ‘포괄 허가’를 인정했지만 이날부터 계약 건별로 수출업체가 대상 품목 사용 목적과 방법이 명기된 서류, 무기 등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등을 일본 정부에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한다. 허가에 걸리는 시간은 일반적으로 90일 정도이지만 기업과 품목 별로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들 품목을 생산하는 일본 기업들은 경제산업성이 1일 전격적으로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하자 충격에 빠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이 대상이 되는지 모르겠다” “보통 규제를 실행하기 전 절차 설명과 준비 기간이 있는데 갑자기 이야기가 나와서 당황스럽다”는 곤혹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경제산업성 발표가 있던 1일 수출규제 관련 업체인 JSR와 스텔라케미파 주가는 약 5% 급락했고 다른 업체들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다만 2일 이후 주가는 회복 추세에 있다. 수출규제 당일인 이날도 JSR 주가는 보합권에서 움직였고 스텔라케미파는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시장에서 “규제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견해가 확산됐기 때문.

리지스트를 생산하는 JSR는 차세대 기술이 적용된 ‘극자외선(EUV)’ 제품만이 규제 대상이 되고 현재 주력상품인 ‘불화아르곤(ArF)’과 ‘불화크립톤(KrF)’은 해당이 안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EUV 리지시트 주요 생산기지는 벨기에에 있어 일본에서 한국으로의 수출은 거의 없다.

일본 소재 업체들은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리지스트 업체 도쿄오카공업은 “수출 허가 신청서류가 훨씬 많아졌는데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에칭가스를 생산하는 스텔라케미파는 싱가포르 공장에서의 대체 수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일본 기업들이 당장은 안심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막대한 피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반도체 소재에서 한일 기술력 차이가 커서 한국 기업들이 단기적으로 일본 이외 대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기업이 함께 움직이기 시작, 국산화와 대체 조달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씨티그룹의 이케다 아쓰시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공급망이 복잡해 1개의 물자 조달이 지연되면 생산 전체가 정지될 수 있다. 또 고품질의 소재는 한번 채용되면 타사 제품으로의 전환이 어렵다”며 “이번 규제를 계기로 한국 기업들이 일본 소재 조달에 신중해지면 장기적으로 시장점유율을 타국에 빼앗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화학 대기업 임원은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는 제품 경쟁력이 실추될 수 있다”고 위기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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