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업계 한숨 돌리나 했더니...이번엔 한일 갈등이 걸림돌

입력 2019-07-0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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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적 금수 조치 전망은 낮아…글로벌 경기둔화·공급 과잉이 더 큰 문제

▲한국 월별 반도체 수출 증가율(전년비) 추이. 단위 %. 6월 마이너스(-) 25.5%.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세계 반도체 업계가 지정학적 갈등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나 했더니 이번에는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라는 새로운 걸림돌이 등장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휴전으로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화웨이테크놀로지에 다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한일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반도체 업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했다.

화웨이 제재가 완화하면서 기업 실적이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로 전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2.7% 급등했다.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것이 바로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다. 일본 정부는 4일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리지스트와 에칭가스, 플로오린 폴리이미드에 대해 종전의 포괄적 수출허가에서 개별허가로 변경한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역사를 둘러싼 한국과의 대립이 격화하는 중에 실력 행사에 나선 것 같다고 WSJ는 풀이했다. 한국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강제 징용 문제와 관련해 일본 기업에 배상 명령을 내리자 보복 조치를 취한 것이다.

노무라홀딩스에 따르면 일본은 이들 3개 품목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70~90%에 달하며 대부분 한국으로 팔려나간다. 수출규제가 엄격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수출 심사에서 허가까지 약 90일이 소요돼 우리나라의 대일 반도체 소재 수입이 그만큼 차질을 빚게 됐다.

단 WSJ는 일본이 전면적인 금수 조치를 실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한국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쥐고 있어 한국 업체들이 큰 혼란에 빠지면 일본 기업들도 막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골드만삭스는 “반도체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중요한 원자재 재고를 2~3개월분 보유하고 있다”며 “일본의 새 수출규제가 바람직하지 못한 불쾌함을 주더라도 치명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반도체 업체에는 글로벌 경기둔화와 공급 과잉이 더 큰 문제라고 WSJ는 지적했다. 한국의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5.5% 급감했으며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시장 회복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WSJ는 덧붙였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전날 “전 세계 반도체 판매가 지난 5월에 전년 동월 대비 14.6% 줄어든 331억 달러(약 39조 원)에 그쳐 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며 “반도체 판매가 3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반도체 판매는 지난해 3분기에 1227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찍고 나서 2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반도체 업체들은 경기호황기에 축적했던 재고 처리에 애를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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