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 트럼프 관세 피해 베트남 등지로 우회 수출

입력 2019-06-2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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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기기·컴퓨터·기계 등 ‘우회수출’ 정황…트럼프 “베트남이 중국보다 더 미국 악용”

▲베트남 호치민항 전경. 출처 게티이미지
중국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를 피하고자 베트남을 핵심 우회 수출 거점으로 삼고 있다.

올해 1~5월 중국에서 베트남으로의 전자기기와 컴퓨터, 기계 수출이 급증한 것은 물론 해당 제품들의 베트남에서 미국으로의 수출도 비슷한 속도로 늘어났다고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트럼프 정권은 1년 이상 우회수출을 막고자 대책을 강구해왔지만 아직 별다른 효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우회수출은 단기적으로 최소한의 가공이나 수정을 거쳐 중국 제품 원산지를 제3국으로 바꿔 표기해 재수출하는 행위다.

미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번 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담판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3000억 달러(약 345조 원)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려 하지만 이런 우회수출은 이런 계획을 위협할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베트남 무역 데이터에 따르면 이 나라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컴퓨터와 전자기기는 올 들어 5월까지 약 1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1.6% 늘어났다. 이는 세계로의 수출 증가율보다 다섯 배 이상 높은 것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기간 해당 품목에서 베트남의 대중국 수입은 80.8% 급증한 51억 달러에 달해 세계 평균치보다 네 배 높았다.

기계류에서 베트남의 대미국 수출은 54.4% 급증한 17억 달러를, 대중국 수입은 29.2% 늘어난 57억 달러를 각각 기록했으며 두 지표 모두 세계 평균치를 웃돌았다.

▲중국의 베트남 우회수출 의심 정황. 위에서부터 베트남의 컴퓨터·전자기기 수입 증가율(전년비)/수출 증가율. 기간 올해 1~5월.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베트남 상공부는 “자국 제품으로 위장한 사기 무역이 늘고 있다”며 “원산지 위장은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베트남 제품의 명성과 경쟁력을 크게 훼손한다”고 경고했다.

베트남 세관은 최근 지방 지부들에 원산지 검사 강화를 지시했다. 세관은 구체적인 기업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기업이 중국에서 제품을 수입하고 나서 이를 베트남산이라고 위조한 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회피 전문 로펌인 보스턴 소재 제프리뉴먼법률사무소의 제프리 뉴먼 설립자는 “베트남에서 공장이라고 불리는 많은 건물이 실제로는 창고 구조를 갖고 있다”며 “여기에 보관된 제품들은 중국산”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베트남으로도 확전할 수 있다고 위협했는데 우회수출에 대한 불만도 그 배경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많은 기업이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다”며 “그러나 베트남은 중국보다 더 나쁘게 미국을 이용한다. 매우 흥미로운 상황이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베트남에 관세를 부과할 의향이 있는지’라는 질문에 확답을 피했으나 “우리는 베트남과 논의하고 있다”며 “베트남은 중국보다 훨씬 작지만 거의 모든 면에서 최악의 착취자 중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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