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시장, 다시 약세장 진입...고민 커지는 OPEC

입력 2019-06-1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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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미국 원유재고 증가에 수요 불안 가중…OPEC, 미국 압박에 선택지 별로 없어

▲브렌트유 가격 추이. 12일(현지시간) 종가 배럴당 59.97달러. 출처 CNBC

국제 원유시장이 다시 약세장에 진입하면서 주요 산유국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원유 수요는 침체되고, 미국의 원유 재고가 넘쳐나면서 감산 약발도 제대로 듣지 않는 상황. 조만간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에 관심이 집중된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4.0% 급락한 배럴당 51.1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영국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 8월물 가격은 3.7% 내린 배럴당 59.97달러를 나타냈다.

이미 약세장에 들어선 WTI는 5개월 만의 최저치로 추락했으며, 하락폭도 지난 4월 고점 이후 23%로 커졌다. 브렌트유도 4월 이후 하락폭이 20%에 육박해 약세장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브렌트유는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60달러 선이 깨졌다.

이날 유가 급락은 미국 원유재고가 예상 외 큰폭으로 늘어난 게 직격탄이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지난주 원유재고가 전주보다 220만 배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48만1000배럴 감소할 것이라던 시장 전망을 벗어난 것이다. 미국 원유재고는 4억8550만 배럴로, 지난 2017년 7월 이후 거의 2년 만에 최대치도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유가가 급격하게 추락한 두 가지 근본적인 요인으로 미국 셰일업체들의 생산 확대와 세계 경기둔화 불안에 따른 수요 침체를 들었다.

글로벌 상품시장 전반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와 세계적인 경기부양책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원유시장은 미국의 공급 과잉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된 셈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 전쟁이 경기둔화를 넘어 침체까지 유발하면 원유 수요 전망이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에 시장은 OPEC과 러시아 등 비(非) OPEC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 플러스(+)’가 다시 유가를 띄우기 위해 감산을 연장할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제는 OPEC도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OPEC 총회는 당초 이달 말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7월 초로 연기될 가능성도 있으며, 심지어 OPEC은 최종 날짜를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제프리 커리 골드만삭스 상품 부문 리서치 대표는 “시장 균형을 맞출 적정한 생산 수준에 대해 알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현 시점에서 미국의 압박에 OPEC의 선택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감산을 지속해도 미국 셰일업체들의 막대한 산유량에 이전처럼 공급 측면에서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도 있다. 그는 저유가를 선호하며 OPEC에 감산 정책을 그만둘 것을 요구해왔다. 또 이란의 원유 수출 차단에 나선 상황이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OPEC의 미국 동맹국들이 증산으로 이란산 원유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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