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흑자'마저 멈춰…"금리 인하로 내수 불씨 살려야"

입력 2019-06-0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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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경상수지 7년 만에 적자 전환…성장률ㆍ환율 방어도 어려워

반도체 호황 종료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보다 거세다.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 외국인 배당지급이 겹치면서 월간 경상수지는 7년 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 경상수지 적자는 우리의 통화정책 여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최근 한국 경제는 총체적 난국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반도체 수요 감소와 D램 단가 하락으로 수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째 감소(전년 동월 대비)했다. 내수는 설비·건설투자 부진에다 소비(소매판매) 증가율 둔화로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4월 상품수지 흑자는 96억2000만 달러에서 56만7000만 달러로 축소됐고, 서비스수지는 14조300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외국인 배당지급이 4월에 집중돼 본원소득수지가 43억3000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경상수지(-6억6000만 달러)는 7년 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상수지는 월간보단 연간으로 봐야겠지만, 4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된 근본적인 원인이 수출 부진이라는 데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경상수지 문제를 넘어 수출은 우리 경제 성장률을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인데, 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와 수출 회복세 지연을 감안하면 올해 성장률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서 환율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상대적 ‘안전자산’인 미 달러와 금에 수요가 쏠리면서 원화 가치는 하락하고, 달러는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외환보유액은 4019억7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20억6000만 달러 감소했다. 경상수지 적자는 이런 상황을 키우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정 연구위원은 “경상수지 적자라는 건 달러 공급이 줄어든단 의미로 그만큼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해 달러 공급이 풀리면 환율이 안정될 순 있으나,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면 이 역시 의미가 없어진다.

이런 대외 리스크에는 우리 정부가 직접적인 대응을 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내수경기라도 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9년 상반기 경제동향’에서 확장적인 재정정책과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낮은 물가 상승세와 경기 부진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현재 경기 상황을 보면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모두 필요하다”며 “단 재정정책은 생산성 향상과 연결돼야 하고, 통화정책은 외환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재정·통화정책만으론 경기를 부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수출이 회복되지 않으면 비교적 보수적으로 제시된 KDI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성장률 전망(2.4%)도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집행이 지연되는 상황도 부정적 변수다.

정 연구위원은 “최소한 정부가 내놓은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려면 수출이 회복돼야 한다”며 “여기에 기준금리 인하, 추경 집행 등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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