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위기 日온천들, 글로벌 사모펀드들 덕에 되살아난다

입력 2019-05-1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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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니가타현의 있는 온천 호텔 ‘쇼센카쿠가게쓰’ 전경. 블룸버그
폐업 위기에 내몰렸던 일본의 지방 온천들이 글로벌 사모펀드들의 투자 열기 덕에 되살아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의 대표적 관광 자원인 온천에 글로벌 사모펀드들의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올해 2월 소프트뱅크 산하 미국 사모펀드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는 일본 중부 오사카 연안의 고층 빌딩에 대형 온천형 테마파크 ‘소라니와 온천’을 열었다. 토머스 프리 부동산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미국과 오사카를 수 없이 오가며 개발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로서는 이례적으로 온천 사업에 큰 공을 들였다는 의미다. 프리 CIO는 “온천은 일본을 대표하는 특유의 문화로, 도심 온천에는 큰 수요가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포트리스는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일본 여성 고객을 겨냥, 방마다 노천 온천을 설치하고, 거기에 고급 도자기 욕조와 벚나무를 심어 아기자기한 정원 느낌이 나게 했다. 휴게실에는 일본 전통주 매장과 유명 만화 ‘드래곤볼’ 1만5000권도 비치했다.

포트리스는 일본에서 약 90개의 온천과 호텔을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4년간 호텔 등을 포함한 일본 부동산에 최대 4000억 엔(약 4조342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산하 부동산투자신탁(REIT)인 인빈서블투자법인은 작년에 호텔 12곳을 인수, 운용 자산에서 호텔이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말 시점에 64.1%로 1년 전보다 3.2%포인트 상승했다.

또다른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도 일본의 온천에 공격적으로 투자 중이다. 베인캐피털은 2015년 인수한 오오에도온센모노가타리 등 30개 이상의 시설을 운영 중이다. 3월에는 구마모토현의 ‘가메야호텔하나쓰바키’를 인수했고, 4월에는 미에현에서 온천 리조트를 열었다. 이뿐 아니라 사업 확대를 위해 일본 전역에서 물건을 물색하고 있다. 온천으로 특화한 오오에도온천리조트투자법인의 자산 규모는 367억 엔으로 1년간 40% 증가했다.

이같은 미국 사모펀드들의 뜨거운 온천 투자 열기는 금융시장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인빈서블의 REIT 투자구(한 주당 가격) 가격은 올해 들어 20% 이상 뛰었다. 오오에도온천리조트도 10% 가까이 올라 도쿄증권거래소 REIT지수의 상승률(6.6%)을 웃돌고 있다.

홍콩 사모펀드인 오딧세이캐피털은 작년에 니가타현 에치고유자와에키에 있는 오래된 온천 여관인 ‘쇼센카쿠가게쓰’를 인수했다. 1955년에 문을 연 이 여관은 설비투자 자금 조달이 난항, 채권자인 지방은행 주도로 추진된 사업계획도 진척이 없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다가 오딧세이에 넘어갔다. 여관 주인은 오딧세이가 인수한 후 홈페이지 쇄신과 적극적인 홍보 덕에 매출이 15% 늘었다고 말했다. 오딧세이는 “원래 있던 직원을 내보내지 않고 계속 고용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한 방식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오딧세이에서 일본 부동산투자를 총괄하는 크리스토퍼 아이에로 이사는 “불경기와 잘못된 경영 방식 때문에 많은 여관이 과소 평가된 채 방치돼 있었다”며 “바다와 산 등 지역 풍광이 뛰어난데다 일본의 접객 문화에는 경이적인 투자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딧세이는 향후 3년간 5억 달러(약 5950억 원)를 투자해 일본의 오래된 여관을 20건 정도 인수할 계획이다.

일본 환경성에 따르면 일본 전역에 있는 온천지는 약 3000곳, 숙박 시설은 1만3000곳이다. 일본 정책투자은행 등의 조사에서는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작년에 처음으로 3000만 명을 돌파했다. 온천은 특히 아시아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일본 부동산자문업체 아이비소켄은 “목욕탕 문화가 없는 서양인들에게 온천은 독특한 일본의 문화를 느끼게 하는 스트라이크 존”이라며 “후계자 부족 문제로 매물이 대량으로 나옴에 따라 해외 펀드들이 그 맛을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중소기반정비기구가 2017년에 일본 전국 1600개 시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온천 관광지의 호텔과 여관 50%에서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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