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현 금융부 기자
혁신금융을 바라보는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의 한숨이다. 팍팍한 살림 속에 정부와 금융사들이 힘겹게 모은 225조 원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지 걱정이 한가득이다. 실적 줄 세우기에 ‘내 목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염려이기도 하다.
그의 우려는 벌써 현실이 되고 있다. 시중은행 여신창구에는 ‘제2의 토스’를 꿈꾸는 창업자들의 대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이 믿는 건 아이디어 하나다.
그런데 뻔하다. 핀테크 상위사들 사업 모델에 이름만 달리 붙인 것들이다. 핀테크 시장 변두리에선 대출받기 위한 몸집을 만들어주는 ‘꾼(?)’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스타트업과 스타트업의 합병을 주선하는 ‘마담뚜’인 셈이다. 싼 금리로 대출받는 게 우선인 이들에게 혁신은 뒷전이다.
은행도 준비가 덜됐다. 혁신기업에 돈을 빌려주려면 손에 잡히지 않는 기술이나 아이디어에 점수를 매겨야 한다. 전 정부부터 기술금융을 해온 터라 정성평가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긴 하지만 전에 없던 것을 만드는 ‘혁신’을 평가하기엔 미흡하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성적표가 공개된다면 은행들은 실적을 위해 ‘묻지마 대출’에 나설 공산이 크다.
역대 정부 모두 금융 혁신을 외쳤다. 참여정부 때는 동북아 금융 허브를 구상했고, MB정부는 ‘한국판 골드만삭스’ 추진했다. 전 정부는 창조경제를 강조했다.
하지만 스타트업 10곳 중 7곳(2018년 기준)은 5년 안에 문을 닫고, 은행들은 여전히 부동산 담보 위주로 여신을 하고 있다.
혁신금융에 대한 방향성은 공감한다. 문제는 호흡이다. 정부와 금융사 모두 “이번 정권에 뭐라도 내놔야 한다”는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