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이도, 군사 봉기 시도...‘한 나라 두 대통령’ 베네수엘라 다시 격랑 속으로

입력 2019-05-0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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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30일(현지시간) 무장한 군인들과 거리로 나서 군사 봉기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시도해 국제 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카라카스/AP연합뉴스
미국의 지지를 받는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30일(현지시간) 군사 봉기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시도하면서 가뜩이나 ‘한 나라 두 대통령’으로 혼란에 빠진 베네수엘라 정국이 다시 한번 격랑에 휩싸였다.

BBC에 따르면 과이도 의장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에서 “권력의 부당한 침해의 종말이 시작됐다”며 모든 군인이 봉기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군이 어느 정도 지지를 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동영상 속에는 과이도 의장 뒤로 많은 군인과 가택 연금 중이던 유력한 야당 지도자 레오폴드 로페즈도 있었다.

이에 외신들은 군부 일부가 쿠데타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수도 카라카스 시내에는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돌을 던지는 장면도 보였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봉기를 주도한 군 관계자 25명과 야당 지도자들이 현지 브라질 대사관과 칠레 대사관에 각각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며, 이런 점으로 미루어볼 때 마두로 정권이 여전히 베네수엘라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트위터에 “군 지휘관들이 인민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줬다”며 쿠데타 진압에 자신감을 보였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베네수엘라 국방장관도 “쿠데타 움직임을 거부한다”며 결사 항전을 시사했다. 실제로 마두로 정권 측이 제압에 나서면서 일부에서 충돌이 일어나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공군 기지 근처에서 마두로 측 보안군이 최루가스를 발사하는 한편 일부에선 총성도 들렸다.

베네수엘라는 작년 5월 대선에서 러시아 쪽 지원을 받는 독재자 마두로 대통령이 재선했다. 하지만 선거에 대해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야당 세력을 모아 국회의장에 오른 과이도가 스스로 ‘임시 대통령’을 선언하면서 혼란이 국제적으로 확산했다.

베네수엘라의 혼란에 국제 사회의 반응도 엇갈렸다. 전 세계 약 50개국과 함께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 미국은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 제한 등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과 그들의 자유를 지지한다”며 베네수엘라의 상황을 매우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트위터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희망하는 베네수엘라 국민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민주주의는 패배하지 않는다”며 과이도 의장의 행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존 볼튼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베네수엘라 군을 향해 “의회와 민주주의의 침해에 대항하는 정당한 기구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마두로를 지지하는 러시아는 외교부가 성명을 발표해 “급진적인 반체제 인사가 다시 무력을 이용해 대립으로 향하고 있다”며 “폭력을 부정하고, 혼돈과 유혈 사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양측에 자제를 촉구했다. 이어 “베네수엘라 헌법에 입각해 행동해야 하고, 외부로부터의 파괴적인 간섭이 없어야 한다. 국내의 이견을 극복하고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건 베네수엘라 사람들이다”라며 미국이나 콜롬비아 등 주변국의 개입을 견제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약 100명의 군사를 베네수엘라에 파견해 현지 군의 임무를 지원하고 있다.

세계적 산유국 베네수엘라가 다시 혼란에 휩싸이면서 국제유가도 출렁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7%(0.41달러) 오른 63.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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