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재편·적과동침'…다급해진 재계의 '新 합종연횡(合從連衡)'

입력 2019-04-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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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수요 둔화로 대부분의 업황이 악화되면서, 국내 기업에 대한 강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 수출을 견인하며 전성기를 누렸던 반도체 슈퍼호황이 막을 내려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이익 감소, 신용등급 하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경영 상황은 그야말로 시계제로 상태다. 다급해진 대기업들은 새로운 개념의 ‘합종연횡(合從連衡)’ 전략을 내세우며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 효율성·시너지 위해 합치고 쪼개고 = 최근 들어 경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그룹 내 계열사 간 분사, 합병 사례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비슷한 분야는 합쳐서 시너지를 내고, 효율성 차원에서 독립적으로 분사시키기도 한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1일 그룹 내 에너지 소재사업의 시너지 제고를 위해 포스코에너지와 포스코ESM을 합병,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시장 진출을 알렸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은 포스코그룹이 선정한 미래 먹거리로 향후 통합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등 이차전지소재사업 경쟁력을 제고해 2021년 매출 2조 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한 소재사업 부문을 독립회사(SK아이테크놀로지)로 분사시켰다. 경영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 발굴에 매진하겠다는 전략이다.

LG화학은 지난 1일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를 없애는 대신 첨단소재를 전담할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이를 통해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과 함께 첨단소재 사업을 성장의 축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 ‘윈윈’ 위해 과거 경쟁 관계서 협업 사례 늘어 =올 초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대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전략적 제휴를 하기로 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수년 간에 걸친 ‘스마트폰 특허 전쟁’으로 두 회사의 관계는 오랜기간 냉랭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스마트TV에 애플의 ‘아이튠즈(iTunes) 무비·TV쇼’와 ‘에어플레이2’ 기능을 탑재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보유한 콘텐츠를 소비자들에게 공급해 TV 시장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과거 앙금이 있던 현대차와 삼성 간 전기차용 배터리 등 협업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와 기아차가 자율주행차 기술 제휴 마케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은 아니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역시 단기간에 미래차 기술력 확보를 위해 경쟁사끼리 협업하는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다가올 친환경ㆍ자율주행차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전략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와 BMW는 최근 자율주행ㆍ운전자보조시스템ㆍ자동주차 기술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으며, GM은 혼다와 손을 잡았다.

◇ 총수 보단 전문경영인·임원 보단 실무진 면접…‘고정관념’ 깨지는 역할 = 고착화 돼 있던 기업 내 역할이 필요에 따라 분담, 협업 등으로 형태가 바뀌고 있다.

우선 오너 일가의 지휘 하에 모든 사안이 좌지우지 됐던 재계 경영 관행은 전문 경영인에 의한 경영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최근 박삼구 회장이 퇴진으로 곧 외부 인사를 회장으로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타계로 대한항공 역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직원 개개인들의 역할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여성 전용이었던 육아휴직도 남성이 함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 휴직을 쓴 남성 휴직자가 1만 7000여 명에 달해 전년보다 50% 가까이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육아 책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무엇보다 한 쪽으로만 치우쳤던 책임을 양분함으로써 가정, 일터에서 보다 효율성을 높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채용 과정에서도 실무형 인재를 뽑이 위해 면접장에서 주로 보였던 임원들 외에도 대리, 과장급 등 실무자들도 함께 참여하는 추세도 눈에 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불황에 따른 국내 기업에 대한 위기 의식이 확산되면서 대기업들은 기존 방식을 벗어던지고, 보다 효과적인 경영 방식을 찾아나서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경쟁사 간의 협업, 보다 활발해 진 계열 사 간 합병분할 등이 대표적인 예로 필요에 따라 조직이든 인력이든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유연성이 보다 생겼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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