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소재 삼표 레미콘 풍납 공장 이전을 두고 해당 공장 레미콘 운전기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삼표의 대체 부지 마련이 늦어지면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들은 사실상 갑(고용주)인 삼표를 상대로는 이렇다 할 하소연을 못하는 대신 서울시와 송파구를 상대로 보상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삼표 풍납 공장 레미콘 운송업자들은 서울시와 송파구를 상대로 삼표풍납 레미콘 운송협동조합 산하의 비상대책위를 꾸려 차주 생존권 보장 및 이전부지 마련, 보상 협의권 부여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관할 지자체인 송파구는 “보상과 대체부지 등의 책임은 레미콘 운송자와 계약한 삼표 측에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사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표풍납 레미콘 비대위 측은 삼표산업 소속 직원이 아닌 개별 사업자 신분이지만 사실상 토지소유자인 삼표 관계자와 같은 지위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를 빌미로 레미콘 비대위원들은 지난 2일 송파구와 삼표 양측이 열기로 한 첫 번째 보상 협의회를 무산시킨 바 있다.
하지만 송파구 측은 현행 토지보상법을 근거로 레미콘 기사에게 보상 협상권을 줄 수 없고, 대체부지 역시 보상을 받은 삼표 측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송파구 관계자는 “현행 토지보상법에는 토지에 관한 협의는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이 대상으로, 삼표 직원이 아닌 레미콘 운수업자는 관계인이 아니어서 협상에 포함 시킬 수 없다”며 “레미콘 사업자에 대한 보상과 대체부지 이전 모두 보상을 받는 삼표 측이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송파구는 그간 집행정지됐던 수용절차를 사업 인정고시 효력 만료 전인 오는 10월까지 마무리 짓고, 풍납 레미콘 공장 이전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재 토지 감정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김상기 비대위원장은 “풍납공장이 사라지면 레미콘 사업자는 물론 덤프·벌크차 기사 및 정비사, 구내식당 직원 등 270여명이 실직자가 된다”며 “서울은 물론 수도권 레미콘 공장 대부분 인력이 꽉 차서 추가로 우리를 받아줄 수 없는 상태인데다, 대부분 주거지가 송파구 인근이라 풍납 공장이 유일한 일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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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는 삼표 풍납 레미콘 공장 부지에서 토성 관련 성벽 등 유구들이 대거 발견돼 대법원이 지난 2월 말 풍납동 토성 복원·정비사업을 위한 삼표 풍납레미콘 공장 수용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촉발됐다. 풍납토성은 1925년 대홍수로 중요 유물이 다량 출토되면서 알려졌고, 1997년 발굴조사 당시 다량의 백제 토기와 건물터, 도로 유적 등이 나왔다.
삼표 측은 지난 2003년 서울시, 송파구와 풍납레미콘공장 부지 매각을 위한 ‘공장부지 협의 수용 및 연차별 보상’에 합의, 2013년까지 매각대금 435억 원을 받아 공장면적 2만1076㎡ 중 64%를 매각했지만 이후 2014년부터 입장을 바꿔 보상과 이전을 거부하면서 ‘알박기’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송파구는 2016년 풍납레미콘 공장 부지를 강제 수용하는 절차를 밟았고, 삼표 측이 이에 반발해 소송에 돌입, 3년 만에 대법원이 송파구의 손을 들어주면서 결국 공장 이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삼표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공장 이전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체부지 마련이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레미콘 운송 기사들에 대한 일자리 문제 역시 이 부분이 해결돼야 대책이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