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동맹 잔류 등 4개 대안 모두 과반 지지 못 얻어
영국 하원은 1일(현지시간) 브렉시트 대안 4개를 놓고 ‘의향투표(Indicative Vote)’를 실시했지만 모두 과반 지지를 획득하지 못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투표 결과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대안이 채택됐다면 정부가 브렉시트 방향을 정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 역할을 했을 것으로 기대됐다.
4개의 대안 중 재무장관을 역임한 보수당의 켄 클라크 의원이 제시한 EU 관세동맹 영구 잔류안은 찬성 273표, 반대 276표로 3표차로 부결됐다. 과반에는 12표가 모자라 현재까지는 가장 많은 의원이 이 방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U 단일시장에 잔류하는 한편 북아일랜드 국경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사실상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방안은 찬성 261표, 반대 282표로 21표차로 부결됐다. 이 방안은 ‘공동시장 2.0(Common Market 2.0)’으로 불리고 있으며 ‘노르웨이 모델’을 수용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가입을 통해 유럽경제지역(EEA)에 합류하는 것이다. EFTA는 노르웨이와 스위스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EU에 가입하지 않은 서유럽 국가들로 구성돼있다.
방안을 발의한 닉 볼스 의원은 투표 결과에 “타협점을 찾고자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했다”며 “보수당에서 탈당한다”고 밝혔다. 그가 하원을 떠나자 의원들 사이에서 “가지말라 닉”이라는 외침이 들렸으며 다른 쪽에서는 박수 소리가 나왔다고 BBC는 전했다. 볼스 의원은 이후 트위터에 “독립적이며 전진하는 보수당원으로서 하원에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회가 가결한 브렉시트 방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은 찬성 280표, 반대 292표로 부결됐다. 이 방안은 노동당의 피터 카일과 필 윌슨 의원이 발의했다.
의회에 브렉시트 주도권을 부여하고 나서 노 딜 브렉시트나 브렉시트 취소 중 양자택일하도록 하는 방안은 찬성 191표, 반대 292표로 부결됐다.
영국 정부는 12일까지 EU에 향후 방침을 전달해야 한다. 앞서 테리사 메이 총리와 EU가 합의한 브렉시트 협정은 하원에서 세 차례나 부결됐다. 영국은 이제 합의 없는 이탈인 ‘노 딜(No Deal) 브렉시트’나 장기간 연기 등을 놓고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메이 총리는 2일 오전 각료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 방침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대 야당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당수는 “근소한 차이로 부결된 방안도 있었다”며 “오는 3일 세 번째로 대안을 심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