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격해지는 반정부 시위...미·러 대리전으로 번지나

입력 2019-04-0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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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23일 러시아 군사 자산 배치 경고...러, 기술 협력 업무 수행일 뿐

▲베네수엘라 우레나에서 시민과 군이 충돌한 가운데 시위대가 쌓아 놓은 장애물에 불을 질러 벽을 만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레나/AP뉴시스

베네수엘라 상황이 악화일로다. 계속되는 정전과 식수 부족으로 민심이 폭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불안한 동거가 이어지면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 중이다. 지난달 23일 러시아의 군인과 물자를 실은 수송기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착륙한 이후 미국과의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내전이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베네수엘라 반정부 시위대가 카라카스 대통령궁 근처를 비롯한 도심 곳곳에 불타는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지난달 7일 발생한 정전 사태로 전국 통신망이 마비되고 식품·식수난이 가중되면서 민심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거의 3주째 공공시설 이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마두로 정권에 대한 좌절이 격렬한 시위로 나타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국가 전체 전력의 4분의 3을 공급하는 동부 구리 댐 수력발전시설의 시스템이 고장나면서 지난달 7일 전국 19개 주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1주일 정도 지속된 정전은 복구됐지만 25일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해 서부 지역에 또다시 전기 공급이 끊겼다.

더 심각한 것은 베네수엘라 정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마두로 현 대통령은 작년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지난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과이도 의장은 작년 대선이 불법적으로 실시됐다고 주장하면서 임시 대통령을 선언했다. 이후 미국 등 서방 50여개 국가는 과이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이 내정간섭을 벌이고 있다며 마두로 정권 편을 들고 있다.

대규모 정전 사태를 두고 마두로 정권은 테러리스트의 소행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전기 공급원인 구리 수력 발전소 주변 시설에 고의적인 방화가 있었다”며 “이번 테러 공격의 목표는 나라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과이도 의장을 비롯한 야권은 마두로 정권의 무능과 부패가 정전 사태를 일으킨 주범이라고 화살을 겨눴다.

최근 미국과 러시아가 설전을 주고받으며 베네수엘라 상황에 기름을 붓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23일 러시아 군인 약 100명과 물자를 실은 일류신(IL)-62 여객기와 안토노프(An)-124 군용 수송기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착륙하면서다.

미국은 러시아가 군사 자산을 배치했다며 반발했고 병력을 베네수엘라에서 내보내라고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에서 나가야 한다”며 “두고 보자. 모든 옵션이 열려 있다”고 경고했다. 29일에는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서반구 바깥에 있는 행위자들이 베네수엘라에 군사 자산을 배치하는 데 대해 경고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군사작전이 아니라 기술협력 업무를 수행하러 간 것이라는 입장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31일 TV와의 인터뷰에서 “장비 유지·보수 업무를 위해 러시아 군인이 베네수엘라에 파견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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