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은 자본시장1부 기자
한 대형 자산운용사의 상품기획 담당하임원은 ‘코스닥벤처펀드(이하 코벤 펀드)’라는 질문을 듣자마자 ‘하소연’을 했다. 이 관계자는 출범 전 금융당국의 코벤 펀드 설정의 요청에 운용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펀드를 못 만들겠다고도 말했지만 ‘억지 춘향’ 격으로 결국 펀드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또 다른 운용사의 임원은 출범 당시 일부러 설정 목표액을 적게 잡고, 소프트클로징(판매 중단)한 것을 “천만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코벤 펀드는 지난해 4월 정부 주도하에 출범했다. 정부 정책 펀드라는 타이틀에 힘입어 수익률은 물론 소득공제 혜택도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타고 출범 3개월 만에 공모형 펀드에만 8000억 원 가까이 유치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직접 나서 코벤 펀드에 가입할 만큼 정부 역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시장에 첫선을 보인 지 1년이 다 돼가는 이 펀드는 출범한 지 오래지 않아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
이들 운용사 관계자들의 말처럼 코벤 펀드는 사실 출범 전후로 뒷말이 많았다. 코벤 펀드 운용의 까다로운 규정을 맞춰가면서 일정 이상의 수익률을 내기가 쉽지 않고, 벤처기업의 신주를 일정 비율로 담아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잇단 지적에 금융당국이 땜질 처방 식으로 보완책을 내놨지만, 근본 대책은 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코벤 펀드가 다시 힘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단 마이너스 수익률을 경험했던 학습효과 때문에 투자자들이 신규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이후 코벤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7%대다. 그나마 올해 코스닥지수가 상승세로 접어들면서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6.50%로 플러스를 회복했지만, 국내 전체 주식형펀드 수익률(9.89%)보다는 낮다.
최종구 위원장을 비롯해 금융 당국자들은 소비자 보호, 소비자 권익을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하지만 업계의 의견을 무시한 채 진행한 정책은 결국 소비자 보호가 아닌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