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부다비, 손정의에 불만 고조…“비전펀드 투자 결정 영향력 너무 커”

입력 2019-02-1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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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부다비 국부펀드, 비전펀드 자본의 3분의 2 차지…불화 계속되면 새 펀드 출범 어려워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투자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추이. 단위 10억 달러. 그림자 부분: 소프트뱅크 투자 후. 출처 WSJ
1000억 달러(약 113조 원) 규모 하이테크 투자펀드 ‘비전펀드’의 양대 출자자와 자금 운용을 담당하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부다비 국부펀드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에 대한 투자 결정 영향력이 너무 크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사우디 공공투자펀드(PIF)와 아부다비 무바달라투자공사는 비전펀드 자본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불화가 계속되면 손 회장이 새롭게 자금을 조달하거나 새 펀드를 출범시키기가 어려워진다.

일부 투자자들은 사우디 측에 손정의가 비전펀드 경영진의 투자 판단을 거부하고 펀드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혼란에 빠뜨린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손 회장의 개입으로 마지막 순간에 판단이 뒤집히는 일도 많았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비전펀드는 2017년 중반 출범한 이래 지금까지 약 600억 달러의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투자 대상은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와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 등 세계적인 스타트업이 포함됐다. 소프트뱅크는 앞으로도 20개 이상의 거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 소식통은 “비전펀드 자금의 약 4분의 3이 출자 결정된 상태”라며 “펀드 간부들이 수십억 달러의 새 자금 조달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전펀드와 PIF, 무바달라 모두 불화설을 일축하면서 펀드의 전략과 지배구조를 존중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가 지난 1월 위워크에 대한 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했던 최대 160억 달러에서 20억 달러로 축소하면서 사우디, 아부다비가 손정의를 보는 눈이 곱지만은 않음을 암시했다. 당시 외신들은 주요 출자자인 사우디와 아부다비의 강한 압박에 손 회장이 한 발 물러섰다고 전했다.

복수의 소식통들은 PIF와 무바달라 측이 비공식 자리에서 비전펀드가 일부 투자에서 기업가치를 너무 높게 잡은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소프트뱅크가 먼저 투자하고 그 지분을 높은 금액으로 비전펀드에 이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PIF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인도 최대 숙박 앱 오요(Oyo)는 비전펀드 투자 이후 기업가치가 무려 4846% 폭등했고 위워크는 113%, 중국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은 124% 각각 뛰었다고 분석했다.

PIF, 무바달라 측은 소프트뱅크가 먼저 이들 IT 기업에 투자하고 나서 높은 지분평가액을 이용해 이익을 얻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로 이관·매각했거나 향후 매각할 예정인 주식의 가치는 최소 263억 달러에 이른다. 반면 소프트뱅크가 이런 주식을 취득한 금액은 총 249억 달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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