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영 석유기업 제재로 ‘마두로 돈줄’ 죄기 나서…“베네수엘라는 석유 시한폭탄”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업체 페트롤레오스데베네수엘라S.A.(PDVSA)를 상대로 미국 내 자산 동결과 송금 금지 등의 제재 조치를 가했다.
PDVSA의 미국 내 정유 자회사 시트고(Citgo)는 기존처럼 기업을 운영할 수는 있지만 수익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 측에 보내는 것이 금지되며 대신 이를 접근이 차단된 미국 계좌에 보관해야 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을 인정했으며 마두로 측에 다시 대선을 치를 것을 종용했다.
이날 조치는 베네수엘라 정권에 대한 2년간의 미국의 압박이 최고조에 도달한 것이며 돈줄을 죄 마두로 대통령을 무력화시키려는 극적인 움직임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백악관에서 제재를 발표하면서 “PDVSA를 대상으로 지정한 것은 마두로가 향후 자산을 빼돌리는 것을 방지해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해 그 수익이 그대로 보관될 수 있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같은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로 70억 달러(약 7조8344억 원)의 PDVSA 자산이 동결된다”며 “제재가 지속되면 수출 기회를 잃어 내년 11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미국 재무부는 “과이도 임시 대통령으로 신속하게 권한이 이전되거나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들어서면 PDVSA와 시티고가 제재 대상에서 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석유업계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혼란이 더욱 심해지면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베네수엘라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잘못된 정책, 마두로 정권의 부패와 독재 등으로 극심한 정치·경제적 혼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PVM오일어소시에이츠의 스티븐 브레녹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베네수엘라는 장기간의 불안에 익숙해진 시장에 낙관적인 자극을 거의 제공하지 못했다”며 “그럼에도 최근 이벤트로 베네수엘라는 에너지 시장에 와일드카드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석유 시한폭탄은 어느 시점에서 폭발할 것이 확실하다”며 “유가 반응은 결코 조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 사태로 인해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신냉전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브라질, 캐나다 등이 야권 지도자인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지만 러시아와 중국 등은 마두로 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추가 제재는 물론 미국의 군사행동 등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과이도가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외국 세력이 베네수엘라에 내정 간섭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어겐캐피털매니지먼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만일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추가 제재를 가하면 원유시장에 풍파를 일으키게 될 것”이라며 “미국과 베네수엘라는 원유에 관한 한 공생관계를 맺어왔다. 이런 관계의 갑작스러운 붕괴는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 걸프만의 5개 정유공장은 베네수엘라에서 수입하는 하루 약 50만 배럴의 원유에 의존하고 있다”며 “또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원유 정제에 필수적인 나프타를 다량으로 납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