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플라자호텔에선 카드사와 캐피털사 대표가 참석하는 ‘여신금융업권 대표 신년 조찬 간담회’가 열렸다. 새해가 되면 매년 초 얼굴을 마주하기 힘든 카드사와 캐피털사 대표들이 인사를 나누는 정기 모임이다.
이날 모임에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참석을 예고해 이례적으로 취재진이 많이 몰렸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고 귀띔할 정도였다. 몇 마디 기자의 질문과 윤 원장의 단답이 오간 뒤 간담회장 문은 굳게 닫혔다. 윤 원장이 간담회장에 들어간 시간은 오전 7시 30분께였다.
그러나 윤 원장이 예상보다 일찍 간담회장을 빠져나오면서 반전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윤 원장은 8시10분께 간담회장에서 퇴장했다. 이날 행사에서 기념촬영은 8시 30분을 전후로 예정돼 있었다. 8시 10분은 아침식사와 함께 38명의 카드사와 캐피털사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기념촬영을 마치기엔 빠듯한 시간이다. 윤 원장은 입장 때처럼 별 말 없이 퇴장했다. 한 시간 남짓 경제 강연을 듣고 나온 대표들 역시 아무 말 없이 간담회장을 떠났다.
한 간담회 참석자에게 기념촬영 여부를 묻자 “노 코멘트”라는 말만 돌아왔다. 이날 간담회는 애초부터 비공개로 진행됐다. 윤 원장과 38명의 업계 대표들이 함께 찍은 사진은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여신협회는 전체 기념촬영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비공개 행사라 공개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분위기가 좋은 간담회는 공개 발언과 기념촬영을 한다’는 명제의 대우는 ‘공개 발언과 기념촬영을 하지 않으면 간담회 분위기가 안 좋았다’다. 물론, 수학 공식과 달리 간담회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 항상 ‘참’일 순 없지만,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이날 간담회의 속살은 현재 여전업계와 금융당국 사이의 관계를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에서는 업계 건의사항 청취나 금융당국의 새로운 당부 등 별다른 ‘스킨십’ 없이 끝났다. 윤 원장이 입장에 앞서 “핀테크 혁명으로 금융 체질이 바뀌는 상황이니 이를 잘 고려해 대응해주길 바란다”는 발언과 여신업계의 리스크 관리 당부 등 원론적인 말만 공개됐다. 지난해 8월 윤 원장은 취임 이후 캐피털사 대표와 만나 “고금리 가계대출이 늘고 있다, 지켜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긴 바 있다. 한편, 윤 원장은 25일 저축은행 대표와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날 행사는 공개도 비공개도 아닌 ‘일부 공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