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어닝시즌…믿을 건 ‘실적’ 뿐

입력 2019-01-0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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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어닝시즌이 본격 개막됐지만 시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어닝시즌의 개막을 알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상장사 기업이익이 감익 구간에 진입한 상황이라며 당분간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투자전략으로는 실적이 차별화된 개별종목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개 이상 증권사가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242개 국내 상장사의 4분기 영업이익은 39조 2268억 원이다. 3개월 전(48조7896억 원)과 1개월 전(46조154억 원)보다 크게 감소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통상 4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면서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NH투자증권이 지난 5년간 4분기 실적을 조사한 결과, 평균적으로 코스피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망치 대비 각각 15.1%, 25.1% 하회했다.

문제는 이 같은 실적 감익 추세가 4분기를 넘어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상장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0.8%, 1.8%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실적까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자 투심이 급격히 악화되는 모습이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한 달간 코스피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2008년 이후 가장 크게 하향됐다”며 “4분기 실적발표 시즌 기간 중의 투자심리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향후 기업 실적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높아진 어닝 불확실성을 활용한 종목별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증권사들 분석에 따르면 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150곳(흑자전환기업, 적자축소기업 제외)이다. 특히 눈에 띄는 곳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다. 녹십자가 올해 4분기 전년 대비 무려 7435.5% 늘어난 8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약품도 같은 기간 722.9% 증가한 116억 원의 영업이익을 나타낼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에 7억8500만 달러(약 8823억원) 규모의 기술 이전 및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한 유한양행도 4분기 268억 원(90.2%)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코스메카코리아(1195.9%), 코스맥스(137.6%), 한국콜마(128.3%) 등 화장품주들도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증가하는 모습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기, 기아차, 현대모비스, 포스코켐텍 역시 증권가에서 실적을 높게 전망하는 기업들이다. 반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60곳으로 OCI, S-Oil, 대한유화, 세아베스틸, 한화케미칼,롯데케미칼, SK이노베이션 등이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언제까지 실적 전망이 하향될 것인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당분간 이익 전망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4분기는 물론 올해 실적 방향성을 살펴보고 종목별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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