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신동맹 1회] 접는 스마트폰(폴더블폰) 시대, '디스플레이 코리아' 날개 편다

입력 2019-01-0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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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폴더블폰 레이스

▲정체기에 빠진 스마트폰 시장의 구원 투수로 폴더블폰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송영록 기자 syr@
전화기와 인터넷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를 거치는 동안 인류 최고 발명품 중 하나다. 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는 하나로 연결됐다. 2007년 등장한 스마트폰은 인터넷을 손안으로 가져오게 했다. 단순히 연락을 주고받는 휴대폰에 인터넷이 결합하면서 인류의 삶을 바꿨다. 그런 스마트폰도 최근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눈에 보이는 혁신이 어려워진 탓이다. 올해 등장할 폴더블폰은 다시 한번 혁신을 일으킬 제품이다.

◇ 삼성전자 필두로 폴더블폰 출시 경쟁=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회의(SDC 2018)에서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의 윤곽을 처음 공개하자, 업계에선 환호와 우려의 시선을 함께 보냈다. 스마트폰이 탄생한 후 이처럼 대대적인 폼팩터 변화는 없었다는 점에서 일단 환호하는 시각이 많다. 최근 정체기에 빠진 스마트폰 시장을 살릴 ‘구원투수’로 평가하기도 한다.

먼저 업계는 삼성전자가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9’를 전후로 폴더블폰을 공개하고 3월 말 출시할 가능성이 높게 본다. 고동진 IM부문장(사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초기 제품 수량은 100만 대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제품은 안으로 접히는 인폴딩 방식이며 화면 크기는 펼쳤을 때 7.3인치, 접었을 때는 4.6인치다.

접었을 때 바깥면에 작은 디스플레이가 따로 달렸다. 기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보다는 다소 작지만, 메인 디스플레이에서 가능한 앱의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가령 접었을 때는 전화, 메시지 등을 간단히 쓰고, 펼쳤을 때 태블릿처럼 게임이나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7일(현지시간) 제5회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에서 내년에 출시할 폴더블폰(접었다 펴는 폰)의 디스플레이와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사진은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펼쳤을 때 모습. 연합뉴스
폴더블폰은 출시 초기에는 배터리 효율성, 다양한 콘텐츠 부족으로 큰 반응을 끌어내기는 어렵겠지만 일부 교체 수요를 이끌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중국업체 간 점유율 차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먼저 폴더블폰을 내놓는다면 앞선 기술력을 확인하고 제품 표준을 먼저 정립한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비싼 가격은 확산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외신 등은 삼성전자 폴더블폰이 200만 원에 육박해 대중에게 어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화웨이, 레노버, LG전자 등도 올해 폴더블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보다 먼저 폴더블폰을 내놓겠다고 자신했던 화웨이는 올해 중순 5G를 지원하는 폴더블폰을 내놓겠다고 전략을 선회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폴더블폰 출하량은 올해 300만 대, 2020년 1400만 대, 2022년 5000만 대로 예상된다.

◇ 디스플레이 기술력 韓 업체가 앞서= 과거 피처폰 시절 노키아에 밀려 만년 2위였던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대에 돌입하면서 노키아·애플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화웨이 등 중국 업체가 점유율에서 턱밑까지 추격하면서, 최근 1위의 입지가 매우 좁아진 게 사실이다. 폴더블폰을 기회로 다시 초격차 1위에 오를지, 중국의 추격을 허용할지 업계 관심이 높아진 이유다. 스마트폰 사업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LG전자 역시 폴더블폰이 부활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2013’에서 에릭 러더 MS 최고기술전략경영자가 MS 운영체제를 장착한 삼성의 구부러지는(벤더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라스베이거스/UPI연합뉴스
중국 업체와 국내 업체의 출시 일정은 비슷하지만, 결국 우리나라 업체가 폴더블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사실상 접히는 스마트폰을 구현하기 위한 플렉시블 OLED 패널 부문에서 우리나라 업체의 디스플레이 기술력이 중국에 앞서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로욜(Royole)’이 올해 ‘세계 최초 폴더블폰’을 주장하며 제품을 내놓았지만,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조악한 수준인 데다 대량 양산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의미가 크지 않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스마트폰용 플렉시블 OLED 매출은 46억1400만 달러(5조2345억 원)로, 전 분기의 2배 이상이 됐고 전년 같은 기간보다도 57.9% 늘었다. 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년 전보다 15.8%포인트 오른 42.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무려 94.2%의 점유율로 ‘사실상 독점’ 체제를 확고하게 구축했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OLED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이 분야 투자에 올인하고 있다. 이미 대형 OLED 분야에서는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으며,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중소형 투자도 늘리고 있다. 6세대 플렉시블 OLED 공장 E5에 월 1만5000장, E6에 월 3만 장 규모 생산 능력을 각각 갖췄다.

▲LG디스플레이는 2015년 국제 정보디스플레이 학회 전시회에서 돌돌 말리는 18인치 롤러블 OLED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사진제공 LG디스플레이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들도 이 분야 투자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향후 국내 업체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서 어느 정도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특정 영역을 휘거나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로, 휘는 정도에 따라 커브드(휘는), 벤더블(구부러지는), 롤러블(말리는), 폴더블(접히는) 등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더해 신축성이 있어 3차원 형태의 변형까지 가능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도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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