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의 회담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금융 정책을 둘러싼 양측의 견해 차이로 시장이 요동치면서 둘 사이는 벌어질 대로 벌어진 상황. 이에 전문가들은 두 사람이 만나 각자의 입장을 설명하고, 화해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금리 인상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 두 사람이 만나는 것만으로도 연준의 독립성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20년 가까이 연준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이 연준 의장에게 금융 정책 운영 방향을 지시하는 거라면, 나 같으면 전화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앞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의 회담은 1월 중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와의 회담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회담은 어디까지나 의무감 때문이지, 허심탄회한 대화를 원해서 응한 건 아니다”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은 이번 회담이 충분한 메리트가 있다는 입장이다. 작년 가을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트럼프가 파월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회담이 대통령의 우려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회담으로 인해 파월 해임설이 잦아들면 변동성이 심한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수도 있다. 미국 대통령은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연준 의장을 해임할 수 있는데, 전문가들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싫어하는 긴축 금융정책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파월은 해임될 일은 전혀 하지 않을 것”이라며 “파월의 행동은 내가 만났던 다른 연준 의장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와 파월이 일반적인 경제 상황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문제삼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대통령과 연준 고위 관계자들이 경제를 논의한 적은 과거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논의가 이뤄지든 트럼프는 파월이 금리 인상을 지지한 건 실수라는 입장을 거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0월 WSJ와의 인터뷰에서 “파월은 금리 인상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금리 인상이 감세에 의한 경기 부양책 등의 대책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