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옳았나…시장은 ‘파월 유감’

입력 2018-12-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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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 기대 어긋난 실망감에 뉴욕증시 큰 폭 하락…연준 가이던스에 대한 신뢰 떨어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19일(현지시간) 트레이더 옆의 모니터에서 연준 기준금리 인상 뉴스가 나오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네 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시장 예상과 부합했지만 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준은 1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낸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종전의 2.00~2.25%에서 2.25~2.50%로 인상했다.

FOMC 성명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흘러나오자마자 이날 상승세를 보였던 다우지수 등 뉴욕증시 3대 지수는 급격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인덱스도 0.16%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1.5% 하락으로 마감했다. 이날 하락으로 다우지수는 연중 최저치였던 지난 3월 말 수준을 넘어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2% 급락했다.

S&P500지수는 장중 1.5%까지 올랐다가 FOMC 성명 발표 이후 2.3%까지 급락하고 나서 1.5%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뉴욕증시가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해 1994년 2월 이후 가장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법인세 인하 등 감세효과와 낮은 실업률 등 고용시장 호황으로 얻은 1년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셈이다.

▲뉴욕증시 S&P500지수 19일(현지시간) 일일 변동 추이. 종가 2506.96. 출처 마켓워치
표면적으로는 시장이 이렇게 흔들릴 이유가 없었다. 연준의 올해 총 4차례 금리 인상은 수개월 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게다가 연준은 이날 내년 금리 인상 전망을 종전의 3회에서 2회로 줄이고 2020년은 1회에 그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는 시장이 선호하는 ‘비둘기파’적인 메시지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내심 금리 동결을 원했던 투자자들의 기대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 시장 혼란의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FOMC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12월 금리 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면서 연준이 부응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있었다. 연준을 거세게 비판하는 트럼프는 FOMC 성명이 나오기에 앞서 17~18일 잇따라 트위터 트윗을 올려 금리 인상 중단을 촉구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등 정권 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례적인 것은 그동안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웠던 언론들도 한 편에 섰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문은 시의적절한 좋은 조언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연준은 금리 인상을 이어간다는 경로를 바꾸지 않은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 단기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내년 한 차례 금리 인상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시장과 연준의 현실 인식 차이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연준 가이던스(Guidance·선제 안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도 시장 혼란을 부채질 했다. 연준은 이번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 잠재 성장률에 가까운 장기성장률 전망치는 9월의 1.8%에서 1.9%로 상향 조정하면서 중립금리 성격의 정책금리 장기전망치는 3.0%에서 2.8%로 낮췄다. 일반적으로 중립금리는 잠재성장률과 연동하는 것으로 간주되는데 연준은 모순되는 정책 기조를 취한 셈이다.

닛케이는 연준의 이런 어중간한 태도에 어떤 계기가 생기면 금리 인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고 지적했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의 조쉬 나이(Josh Nye)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소비자물가지수(CPI) 이외 다른 경제지표도 주목해야 한다”며 “임금 상승률은 3%에 달해 도매물가가 높아졌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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