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행동주의펀드의 명과 암

입력 2018-11-2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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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은 자본시장부 기자

때 이른 송년회에서 지인이 슬며시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보였다. 주식투자 수익률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1년 가까이 묻어 두었던 주식이 무려 100%나 올라 있었다. 종목은 최근 시장에서 ‘핫’했던 한진칼우선주였다. “행동주의 펀드가 뭔지 몰라도 요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니까.”

한진칼우 주가가 급등한 배경에는 KCGI라는 국내 주주 행동주의 사모펀드가 있었다. KCGI는 15일 한진칼 9%를 보유해 한진칼의 2대 주주에 올랐다. 특히 ‘갑질’ 재벌 기업을 상대로 ‘견제 역할’을 자처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그간 일반 대중 사이에서는 행동주의펀드가 긍정적 인식보다는 국내 기업의 경영권에 어깃장을 놓는 해외 투기자본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더 짙었다. 대표적인 예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제동을 걸고 올해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다. 해당 기업의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엘리엇에는 ‘벌처(독수리) 펀드’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했다. 하지만 토종 주주 행동주의 펀드의 등장으로 말 많고 탈 많던 한진칼의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에 청신호가 들어오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인식도 개선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과연 행동주의 펀드가 지인의 말대로 ‘효자’ 노릇만 할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주주 이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배당이나 사업의 분할, 구조조정 등을 요구하며 주가를 띄우고 더 많은 배당을 받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이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자칫 행동주의 펀드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경영권이 침해되고 기업 역량이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PEF)는 기업 지분을 처음 취득한 후 6개월 이내에 지분을 10% 이상 취득해야 하는, 이른바 ‘10% 룰’이 폐지되면 국내 토종 행동주의 펀드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의 경영권 침해 우려가 ‘기우’가 될 수 있도록 KCGI 등장이 토종 행동주의 펀드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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