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에 신흥국 유입자금 70% 이탈 위기…펀더멘털 기대로 들어온 돈 10% 불과
전 세계 경제 동시 성장 시대가 끝나고 미국만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왜곡 현상이 신흥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진단했다.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 페리를 운영하는 IDO는 12월 통근과 관광에 핵심인 페리 시내 운항 대부분을 취소하기로 했다. 지난 8월 터키 통화인 리라화가 미국 달러화에 최대 20%나 하락하는 등 강달러에 수입연료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
터키는 달러화 가치가 리라화에 대해 33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면서 기업 경영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채무상환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법원에 자산압류 유예를 신청한 사례는 올해 750건이 넘는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연일 환전상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주 고객은 외국인이 아니라 자국인이다. 페소화를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 달러화 확보에 혈안이 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조사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금은 약 42조 엔에 달한다. 그중 약 70%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융완화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 호조를 배경으로 연준이 2015년 말 이후 지금까지 8회에 이르는 기준금리 인상을 실시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금리 인상으로 미국에 달러화 자금이 모이면 반대로 신흥국 시장은 주가와 자국 통화 가치 하락 혼란에 휩쓸리기가 쉬워진다.
미즈호은행의 가라카마 다이스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의 펀더멘털에 대한 기대로 유입된 자금은 전체의 약 10%에 불과하다”며 “연준 통화정책 정상화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되면 최대 30조 엔(약 300조 원)이 신흥시장에서 유출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우리는 같은 배에 타고 있다”며 “물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미국과 신흥국의 성장 격차를 우려했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0년 IT 버블 붕괴 때에도 연준의 금리 인상이 신흥국 자금유출을 초래, 아시아와 남미 통화와 채무 위기를 불러일으켰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미쓰비시UFJ리서치&컨설팅은 아르헨티나의 9월 화폐공급량 중 외화예금 비중이 28%로, 1년 전보다 9%포인트 커졌을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기간 터키는 그 비중이 전년보다 7%포인트 높은 44%에 달하는 등 신흥국 경제의 달러화 종속이 가속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강달러가 미국 경제의 견실함을 보여주는 징표이나 미국마저 경기가 둔화하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