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록의 이슈노트] 사람을 감동시키는 로봇

입력 2018-11-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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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차장

얼마 전 ‘삼성개발자콘퍼런스(SDC) 2018’을 취재하기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장길에 올랐다. 모스콘 센터에서 취재를 마치고, 근처 로봇 바리스타로 유명한 ‘카페X’로 향했다.

늦은 밤이라 그런지 ‘카페X’가 있는 쇼핑센터는 한산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로봇을 찾았는데, 센터 경비원이 쇼핑센터 1층 맨 오른쪽 구석을 가리켰다. 유리로 된 원통형 매장 안에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에티오피아산 원두를 고르고, 계산에 앞서 휴대폰 번호를 기입했다. 결제를 마치고 나니 원통형 커피 매장 안에 있는 로봇 팔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커피가 완성되자 바로 휴대폰에 네 자릿수 비밀번호가 전송됐다. “Your pickup code is: 8197. Don’t forget to give the robot a wave.” 코드는 알겠는데, 로봇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걸 잊지 말라는 뒤에 이어진 말은 뭘까.

일단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로봇 팔이 커피가 담긴 컵을 들어 전달해 준다. 컵 전달을 마친 로봇팔이 우리에게 손을 흔든다. 앙증맞으면서 귀엽다. 우리도 같이 손을 흔들었다.

자판기와 뭐가 다를까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맛도 맛이지만, 무엇보다 로봇과 교감하는 느낌이었다. 커피 매장 직원들도 손을 흔들어 주진 않는다. 로봇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생소한 경험을 했다.

“인공지능(AI)의 과제는 결국 ‘공감’과 휴매니티’가 될 것입니다.” AI와 인간의 사랑을 그린 영화 ‘허(Her)’의 감독 스파이크 존스는 SDC 2018에 AI와 빅스비를 주제로 한 토론 발표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AI가 ‘오늘 기분이 어때?’, ‘오늘 밖에 날씨가 추워’라고 묻거나 답하는 것은 대화를 통해 공감하는 과정과 유사하다”며 “기술 개발로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해질수록 인간이 느끼는 ‘공감’의 감정에 더욱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AI서비스 ‘빅스비’도 자연어 대화를 통해 ‘공감’과 ‘휴매니티’를 구현하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LG전자는 내년 인공지능 로봇 ‘클로이홈’을 정식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클로이 홈은 사람의 목소리 톤을 분석하고 머리를 쓰다듬으면 하트가 그려진 표정을 짓는 등 사람의 감정에 섬세하게 반응한다. 또 마이크로 센서로 사람이 호출하는 방향을 알아채 몸을 돌린다. 이른바 인간의 감정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맞춤형 행동을 하는 소셜 로봇이다.

카페X에서 접한 로봇 바리스타는 소셜 로봇 가운데선 초보다. 단순히 손을 흔들어 주는 정도다. 앞으로 소셜 로봇은 일상생활 곳곳에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아픈 어린이나 노인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로봇 등에서 소셜 로봇이 활용될 수 있다.

로봇과 AI의 시대가 인간 감성을 메마르게 할 것이라고 누가 그랬나. 오히려 허전한 우리의 마음을 채워 주는 역할을 로봇이 할 수 있다. 물론 로봇과 인간이 조화롭게 사는 시대를 만드는 건 인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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