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압박에 인상폭 눈치싸움
손해보험사들이 10월 자동차 보험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정비수가 인상과 90%에 육박하는 손해율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2% 이상은 안 된다'고 선을 그은 상황에서 인상 폭이 얼마나 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보험업계 따르면 상위 6개 손보사의 8월 손해율은 86.3%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77.5%)과 비교하면 1년 만에 8.8%포인트(P)나 올랐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삼성화재의 8월 손해율은 88.7%로 지난해(79.4%)보다 9.3%P 상승했다. 현대해상도 지난해 8월 77.3%에서 올 8월 86%로 뛰었고 △DB손보(80.1%→86.3%) △KB손보(69.1%→82.6%) △메리츠화재(77.3%→83.4%) △한화손보(81.7%→90.9%) 등도 급등했다. 적정 손해율(77∼78%)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8월 손해율이 급등한 이유는 최악의 폭염이 기승을 부린 데다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침수차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통상 사고가 1% 늘면 보험료 조정의 기준이 되는 손해율은 0.7∼0.8% 오른다. 손해율이 1%P 오를 때마다 6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드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손해율보다 더 큰 부담은 정비요금 상승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최저임금 상승으로 정비업체 공임이 2만5100원→2만9994원으로 19.5%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금 지급 증가분은 연간 3142억 원에 달한다. 연 2.9%의 보험료 인상 요인이 생겼다는 의미다. 손보업계에서는 이런 요인들을 반영해 최소 4% 이상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업계 1위' 삼성화재는 상반기 콘퍼런스 콜을 통해 "10~11월 정도 정비수가 인상분에 대해 반영을 검토해볼 수도 있다"고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9월에도 추석 연휴가 껴있어 손해율이 개선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보험료를 올리지 않으면 하반기 수천억 원대 적자를 볼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달 중순 국감을 앞두고 있어 손보사들이 보험료 인상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며 "8000개 정비소의 요금 갱신 기간이 모두 달라서 '반드시 10월에 꼭 올려야 한다'는 데드라인이 있는 건 아니지만 연말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보험료 인상에 대해 금융당국 역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최소한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업비 절감 등을 통해 인상 폭을 2% 내에서 조율하라고 압박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은 보험사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자동차 보험은 운전자라면 누구나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인 만큼 경제적 요건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