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의 채권 왈가왈부] 뚜렷해진 매(이일형·윤면식) 발톱과 비둘기(조동철) 날개

입력 2018-09-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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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금통위 의사록..중도파 고승범 매로 한발 더..신인석 비둘기로 U턴..임지원 위원만 제자리걸음

한국은행이 18일 공개한 8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의 색깔은 좀 더 뚜렷해졌다는 판단이다. 두달 연속 인상 소수의견을 공식화한 이일형 위원과 한은 부총재이기도 한 윤면식 위원은 매의 발톱을 확연히 들어낸 반면, 조동철 위원은 비둘기 날개를 더 활짝 폈기 때문이다.

반면 중도파에서는 다소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승범 위원은 매파로 한걸음 더 나아간 반면, 7월 금통위에서 매의 발톱을 내미나 싶던 신인석 위원은 비둘기 쪽으로 돌아섰다. 7월 금통위에서 비둘기에서 중립으로 한발 옮겼던 임지원 위원만 제자리걸음을 했다.

(한국은행)
◇ 매파, 금융불균형 강조..물가 목표치 근접할 것 = 매파 인사들은 금융불균형과 정책여력 확보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우선 이일형 위원은 “중기적 관점에서 물가갭을 최소화하려면 과도한 금융불균형의 누적을 억제하는 동시에 정책여력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불균형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에서 경기가 하강기에 진입하게 될 경우는 물가갭 축소를 위해 더 많은 정책여력이 더 오랜 시간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윤면식 추정위원도 “완화적인 금융상황이 최근 부동산관련 신용 증가와 일부 수도권지역 부동산가격 상승에서 보듯이 금융불균형 위험을 누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이유로 금리인상 주장을 한층 강화했다. 윤면식 추정위원은 “거시경제 불균형 위험보다는 금융 불균형 위험에 유의하여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현재보다 다소 축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금통위에서 “늦지 않은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하여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현재보다 축소 조정할 필요성이 상존”한다고 말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즉, 기존 ‘필요성이 상존’에서 ‘필요가 있다’고 명확화했다.

이들은 물가가 향후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인 2%에 근접할 것이라고 봤다. 이 위원은 “소폭이나마 GDP갭(국내총생산격차)이 플러스를 보이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물가가 상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충격이 없다면 소비자물가는 점진적으로 목표치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윤면식 추정위원도 “실제 물가가 목표 수준에 근접해 가는 강도가 다소 약해지고 시기도 다소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기본적으로 목표 수준을 향해 올라가는 방향성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 비둘기파, 경기 하방위험 커졌고 물가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 높지 않다 = 반면 비둘기파 인사인 조동철 위원의 경기와 물가에 대한 인식은 한층 더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경기는 하방위험이 커졌고 물가는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

그로 추정되는 위원은 “현재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여 경기와 물가에 발생하고 있는 거시경제의 하방위험을 완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경기와 관련해 조동철 추정위원은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 호황 및 반도체 특수에 힘입어 지난 2분기까지 잠재성장률 내외의 성장세를 유지해 왔으나 하반기 이후의 거기셩제에 대해서는 점차 하방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로 추정되는 위원은 수출은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경제 둔화 가능성, 그동안 수출 증가세를 견인해 왔던 글로벌 반도체 수요 급증세 진정 등을 그 요인으로 꼽았다. 내수 역시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구매력 증가세 둔화로 하방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봤다.

물가와 관련해서 조동철 추정위원은 “글로벌 리플레이션 추세와는 상이하게 우리 경제의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우리의 총수요가 부진함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그로 추정되는 위원은 이어 “향후에도 내수가 확대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상승률이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예측했다.

(한국은행)
◇ 금융불균형에 동참한 고승범, 물가 낮아졌다는 신인석 = 중립적 입장을 취했던 위원들은 다소 변화가 있었다.

우선 7월 금통위까지만 해도 비둘기파로 분류됐던 고승범 위원은 매파에 가까운 중립파 정도까지 보폭을 옮겼다. 그는 7월 금통위 직후인 7월18일 출입기자회견에서 ‘금융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입장(스탠스)에 변화가 감지된 바 있다.

고승범 추정위원은 “저금리 기조 하에서 지난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가계부채 증가와 일부 지역 부동산가격 상승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가계부채와 같은 금융불균형 누적 문제에 대해 보다 많은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거시지표들의 움직임에 대해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당장 인상을 주장하지는 않았다. 부진한 고용과 물가와 관련해서도 신중한 입장이었다. 고승범 추정위원은 “고용 부진의 경기적, 구조적, 정책적 원인에 대한 분석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며 “물가는 7월 전망치보다는 향후 낮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바, 금년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의 물가흐름에 대해 면밀한 분석을 꾸준히 해 나가야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신인석 위원은 중도매파에서 중도 내지 비둘기파로 되돌아갔다. 그로 추정되는 위원은 “현실의 물가흐름에서는 아직 상승률의 확대 기조가 분명하지 못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 상승률의 확대 기조가 분명치 못한 이유를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밝힌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성장세가 완만해 기저적인 물가상승압력 축적의 동력이 크지 않다는 점 △2012년 이후 상당기간 물가상승률이 낮았음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기대물가상승률 자체가 다소 낮아졌을 가능성에 이어 외국인 자금유입과 이에 따른 원화가치 하락을 보조적 원인으로 하나 더 더했다.

신인석 추정 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는 한층 높아졌다. 미국 금리인상, 일부 신흥국 금융불안이 오히려 우리나라오의 채권투자자금 유입을 유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 정책금리 인상이 유발했어야 하는 자본유출과 원화가치 하락, 물가상승압력 창출이 현재까지 부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양(+)의 GDP갭과 향후 방향성은 인상이라는 뜻은 유지했다. 아울러 물가상승률의 확대 속도를 확인하며 그에 맞춰 금리인상 시점을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도 7월 금통위와 같았다.

임지원 위원은 매와 비둘기적 분석이 혼재했다. 우선 성장과 물가에 대해서는 매파적이었다. 그로 추정되는 위원은 “향후 성장경로 상의 불확실성이 다소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불규칙 요인들과 정책, 기저효과를 제거할 경우 물가상승압력이 최근 지표물가들이 표면적으로 시사하고 있는 것보다 높은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반면 내수와 고용상황에 대해서는 비둘기적인 시각을 보였다. 임지원 추정위원은 “내수는 조정 국면이 길어지는 가운데 하반기 경로와 관련된 주요 지표들이 예상을 하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고용상황의 경우 구조적, 정책적, 경기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난해 말 이후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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