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의 중구난방] 재갈 물리면서 일자리 만들라고?

입력 2018-09-1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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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부 차장

“손발을 묶어 둔 데다 이제는 재갈까지 물리려고 하니 앞으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유통업계가 또다시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규제 광풍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니 실상은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최저임금, 내수 부진에 이어 최근의 메르스까지 가뜩이나 영업 환경도 좋지 않은데 규제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어서다.

최근 국회에서는 복합쇼핑몰도 월 2회 휴무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심의 중이다. 20대 국회에서 제출된 30건의 유통산업 규제가 총망라됐다. 현재 대형마트처럼 대기업 계열 복합쇼핑몰에 대해 월 2회 의무휴업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상업보호구역을 지정해 대규모 점포의 신규 출점을 규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복합쇼핑몰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독과점이 심화해 골목상권이 붕괴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올해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신규 출점이 없다. 백화점은 최근 몇 년째 매출이 30조 원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대형마트도 33조 원 안팎 수준에서 오르내릴 뿐이다. 이처럼 내수 부진에 성장이 정체되면서 오히려 영업이 부진한 매장을 줄이는 상황이다. 이마트가 작년에 학성점, 부평점, 시지점을 비롯해 하남과 평택 부지를 매각했다. 올해 들어서는 일산 덕이점을 추가로 팔았다. 롯데백화점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각(안양점)을 추진 중이다.

유통업계가 점포 효율화와 함께 성장 돌파구로 선택한 것이 ‘복합몰’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규제 예고에 이조차도 어렵게 됐다. 여야는 앞서 8월에 민생 관련 법안 처리에 합의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될 확률이 높다. 국회가 유통업계의 성장판을 닫아 버린 것과 진배없다.

문제는 이 때문에 빚어질 ‘일자리 절벽’이다. 유통업계의 일자리 창출 능력은 여타 산업군과 비교해도 발군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1~2016년 일자리를 가장 많이 늘린 업체는 이마트로, 5년간 종업원 수가 1만5307명 증가했다. 이어 현대자동차(9906명), 스타벅스커피코리아(6958명), CJ CGV(6525명), LG화학(5723명) 순으로 나타났다. 상위 5개사 중 유통업체가 3곳이나 된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복합몰 매출이 시행 전년보다 4851억 원 감소할 것이란 설문조사도 있다. 개정안에 점포를 새로 내기 어려워지면서 복합몰 일자리가 1448개 줄어들고, 여기에 백화점과 쇼핑센터 등 다른 유통업을 더하면 총 3675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란 예측이다.

한경연은 영업시간 제한 확대와 신규 출점 규제에 따른 유통업계 일자리 감소 폭이 한 해 최소 9836개에서 최대 3만5706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최대치만 놓고 보면 현 정부가 한 해 일자리 창출 목표로 세운 30만 개의 10분의 1을 웃도는 수치다.

이미 고용 쇼크가 심각하다. 실업률이 4%를 기록해 외환위기 영향권이던 2000년 8월 이후 가장 높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고용 부진이 쇼크를 넘어 ‘재난’에 이르렀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통업이 일자리 창출로 사업보국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활로는 열어줘야 한다. 점포는 내지 말고 일자리만 늘리라고 주문하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spd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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