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못 쉬니”…태풍 ‘솔릭’에도 문 여는 어린이집

입력 2018-08-2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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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출·결 가능하고 학부모 반발도 커 향후 자지체 책임 강화하는 방향 지침 마련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이 우리나라 내륙을 지나고 있는 24일 오전 한 학부모가 자녀와 함께 정부세종청사 부근 어린이집으로 들어서고 있다. 교육부는 태풍 '솔릭'으로 유치원을 휴업하거나 초등·중학교를 휴교할 경우 맞벌이 가정을 위해 돌봄 서비스가 운영되도록 하라고 전국 시·도 교육청에 협조를 요청했다. (연합뉴스)
태풍 ‘솔릭’ 북상에 따라 전국적으로 학교 휴교령이 내려졌지만 어린이집만큼은 쉬지 못했다. 학교와 달리 출결에 대한 강제성이 없어 휴원령 자체에 큰 의미가 없다는 점도 고려됐지만,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쉴 수 없는’ 학부모들의 반대가 거셌다.

보건복지부는 23일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어린이집에 필수 인력이 근무하도록 하고, 학부모들에게는 가급적 어린이집 등원을 자제하도록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다만 교육부와 12개 시도 교육청의 휴교령으로 전국 7835개 학교가 문을 닫은 것과 비교하면 소극적인 조치다. 초·중·고교의 경우 태풍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전망된 세종, 강원, 전북 지역에서는 모든 학생이 등교하지 않았고, 충북지역에선 교직원들도 출근하지 않았다.

다행히 애초 예상보다 솔릭의 규모가 축소되고 이동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반도는 24일 오후부터 태풍 영향권에서 벗어났지만, 향후 태풍이나 지진 등 또 다른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도 이번과 같은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솔릭 북상과 관련해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도 각별한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부모들이 쉴 수 없는 상황에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 휴원하면 아이들이 방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학부모들의 반발도 거세다. 복지부 관계자는 “어제 등원 자제를 권고한 것만으로도 하루종일 맞벌이 부모들의 항의 민원이 빗발쳤다”고 전했다.

어린이집 휴원을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휴식이 전제돼야 하지만 이조차 적극적인 조치가 어렵다. 고용노동부도 전국 사업장에 가정에서 자녀를 돌봐야 할 노동자가 자유롭게 연차휴가를 쓰도록 해 주라고 요청하는 수준에서 조치를 시행했다.

앞으로 정부는 관계부처 간 협업해 자연재해 시 교육·보육기관 휴업 및 학부모 휴가 방안에 대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상당수 자연재해가 특정 지역에서 지엽적으로 발생하는 점, 모든 지역의 실정을 중앙정부가 일일이 파악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강화할 방침이다.

김상희 복지부 보육정책관은 “지역의 실정은 어떤 기관보다 해당 지자체가 잘 안다”며 “아이들의 안전과 관련해서는 지자체가 책임을 지고 어린이집 휴원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지침에 확실하게 명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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