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 읽기] 편의점 ‘겔포스’ 판매, 뭐가 문제일까

입력 2018-08-2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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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들 “오·남용 부작용 우려 반대”…지정심의위서 표결하면 허용 가능성 커

▲7월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건강 수호 약사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정부의 편의점 약품 판매 확대 정책과 재벌 친화적 의약품 정책 폐기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누구나 한 번쯤 늦은 밤이나 휴일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통증으로 쩔쩔맨 경험이 있다. 약국이 모두 닫아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구세주처럼 떠오르는 곳이 바로 편의점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편의점에서 파는 약품의 종류를 늘려 보겠다고 나섰지만, 이해 당사자 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좀처럼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있다. 한쪽은 ‘이기주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상대편은 ‘위험하다’고 강력히 맞서는 사연은 무엇일까.

궁금증 ① 편의점 약이 뭐길래? = 이른바 ‘편의점 약’이라고 불리는 안전상비의약품은 야간이나 휴일에 시급하게 사용할 필요성이 높은 일반의약품을 정부가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지정한 것이다. 일반의약품은 의사의 처방 없이 환자가 직접 선택해서 구입할 수 있는 의약품을 말한다.

정부는 2012년 5월 약사법을 개정, 그해 11월 15일부터 해열진통제와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13개 품목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했다. 해당 품목은 △타이레놀정 500㎎ △타이레놀정 160㎎ △어린이용타이레놀정 80㎎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 △어린이부루펜시럽 △판콜에이내복액 △판피린티정 △베아제정 △닥터베아제정 △훼스탈골드정 △훼스탈플러스정 △제일쿨파프 △신신파스아렉스이다. 당시 효능군별로 현재 약국에 유통되는 일반약 가운데 유통량이 가장 많은 2개 브랜드를 선정하고, 이들 브랜드에 속한 제품군에 대해 안전상비약 지정 기준 부합 여부를 검토해 편의점 판매 대상을 골랐다. 오남용으로 인한 내성 발현, 습관성·중독성·의존성 유발 여부, 임부·영유아·노인 금기약물 여부 등 ‘안전성 기준’과 일반 국민에게 널리 알려졌는지와 광범위한 판매 필요성 등의 ‘일반 기준’을 함께 고려해 결정했다.

궁금증 ② 겔포스·스멕타 콕 집은 이유는? = 2012년 편의점 약을 처음 도입할 때부터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는 13개 품목 외에도 제산제와 지사제를 판매 대상에 추가해야 한다는 논의를 벌였다. 그러나 해열진통제·감기약·소화제·파스만 허용됐고, 제산제·지사제의 추가는 일단 미뤄졌다.

이후 2016년 정부가 발표한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의 7대 유망서비스업 육성안에는 편의점 약 품목 수를 조정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복지부는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제도에 대한 실태조사를 거쳐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열린 지정심의위원회는 대한약사회 측 위원의 자해 소동이 벌어지면서 중단됐다. 약 8개월 만인 8일 지정심의위원회 제6차 회의를 열고 제산제와 지사제 신규 지정 및 기존 소화제 2개 품목 해제 등을 논의했지만, 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보령제약의 ‘겔포스’와 대웅제약의 ‘스멕타’는 각각 제산제와 지사제의 대표 제품이다. 제산제·지사제가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신규 지정될 경우 편의점 판매가 유력하다. 현재 미국은 3만 개, 일본은 2000여 개 의약품을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다.

궁금증 ③ 약사회는 왜 반대하나? = 약사회는 품목 추가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약사의 복약 지도 없이 의약품을 함부로 팔면 오·남용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든다. 특히 겔포스는 영아 금기 약이고, 부작용 사례가 2년간 7건이란 점을 지적하고 있다.

오히려 약사회는 해열진통제 5종 중 ‘타이레놀정 500㎎’을 제외하자고 제안했다. 술을 마신 뒤 복용하거나 하루 여덟 알 넘게 먹었을 경우 간 손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또한 편의점 상비약은 약국이나 병원이 문을 닫는 시간에만 팔 수 있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약사회는 편의점 판매약 부작용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71%가 넘는 편의점이 약사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편의점 약 판매업소 20.4%가 24시간 영업을 준수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약사회는 편의점업계를 향해 “의약품에 대한 탐욕을 버리고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하, 근접 출점 제한 등에 노력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궁금증 ④ 편의점·소비자 입장은? = 편의점업계는 약사회의 주장에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편의점 전체 매출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2017년 5년간 평균 약 0.2%에 불과하며, 13개 안전상비의약품의 부작용 건수는 2015년 0.00013%에 그칠 정도로 미비하다”고 밝혔다. 편의점 약 판매가 매출을 위한 탐욕이며, 부작용이 잦아 위험하다는 약사회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편의점협회는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을 파는 것은 사회 안전망의 공적 기능”이라고 응수했다.

소비자들도 편의점의 약 품목 확대를 원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시민 174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비약의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답변이 86.8%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현행 수준 유지는 9.9%, 현행보다 축소는 1.7%로 나타났다. 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제도 필요성에 대해서는 97%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약국에서 제대로 된 복약 지도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 편의점 판매가 왜 안 되느냐”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궁금증 ⑤ 결국 어떻게 될까? = 이제 논의는 앞으로 열릴 7차 회의로 넘어갔다. 그러나 6차 회의까지 8개월이나 걸린 만큼 7차 회의가 언제 열릴지는 미지수다. 그 사이 양측은 치열한 대립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해야 할 점은 6차 회의에서 제산제·지산제를 차기 회의에서 논의한다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표결 처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지정심의위원회 위원 10명 중 확대에 반대하는 위원은 약사회 1명, 약학회 2명 등 총 3명에 불과하다. 7차 회의도 표결 처리로 진행되면 약사회에 매우 불리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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