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명암 ⑧] 야간 재판·밤샘 조사 다반사…워라밸 모르는 판검사들

입력 2018-08-2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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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대상 제외 52시간제와 무관…매일 12시간 근무에 주말 출근도 잦아

올해 7월부터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시작됐으나 단속과 처벌은 연말까지 유예됐다. 내년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를 위반할 경우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검찰 수사와 법원의 재판을 통해 ‘빨간 줄’이 그어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사업주의 생살여탈권(?)을 쥔 판검사의 근로시간은 얼마나 될까. 판검사가 야근을 밥 먹듯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판검사는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주 52시간 근무제와 무관하다.

판검사의 연봉체계는 호봉제인데, 굳이 따지면 1호봉은 일반직 공무원 3급과 4급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 호봉은 1~17호봉으로 나뉜다.

공식적인 판검사의 업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일반 직장인들과 같다. 하지만 툭하면 야근에 주말, 휴일도 없이 일터로 나온다. 하루 평균 12~13시간, 주 85시간 이상을 근무지에서 보낸다.

현재 150여 개의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부의 A 부장판사는 최근 밤 9시까지 야간 재판을 강행하기로 했다. 피고인을 구속한 상태로 재판을 진행 중인데 검찰과 피고인 측이 신청한 증인이 상당수라 구속 기한 내 마무리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A 부장판사의 출근 후 재판이 있는 화·목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꼬박 법정에 있고, 부득이한 경우 야간 재판까지 마치고 나면 밤 9시가 훌쩍 넘는다.

재판이 없는 월·수·금요일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검찰과 피고인 측이 낸 의견서 등 사건기록을 검토하다 보면 밤 10~11시에 퇴근하는 건 예사다. 1회에 낼 수 있는 의견서 분량은 30페이지로 제한돼 있지만 150건 이상씩 사건을 맡고 있기 때문에 검토해야 할 기록의 분량은 어마어마하다.

재판이 없는 날엔 의견서 검토뿐 아니라 판결문도 쓴다. A 부장판사가 일주일에 선고하는 사건 수는 10~15건. 복잡한 사건의 경우 판결문 하나 쓰는 데 며칠씩 걸리기도 한다. 선고 기일 내 판결문을 작성하려면 주말까지 반납해야 한다.

법원에 주요 사건이 들어오면 업무 부담은 더 늘어난다. 주요 사건을 배당받은 재판부가 맡고 있던 사건들이 다른 재판부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고법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2심과 롯데그룹 경영비리 2심이 진행 중이다. 해당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는 사건을 배당받기 전 맡고 있던 사건들을 주변 재판부에 넘겨줬다.

A 부장판사는 “휴일이 반갑지 않다. 예컨대 수요일이 휴일이라면 목요일에 재판해야 하니까 어차피 사건기록 보고 일을 할 수밖에 없다”며 “법원은 정해진 시간에 일하고 퇴근하는 시간제 개념이 없다”고 말했다.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강조되는 시대.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검사의 업무 강도도 판사 못지않게 높다. 상급기관인 법무부로부터 ‘균형 있는 삶’을 권고하는 공문이 가끔 내려오긴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남의 얘기다.

검사는 1명당 월평균 170건(형사부 기준) 정도의 사건을 맡는다. 경찰 송치사건은 물론 각종 고소·고발 사건이 매일 넘쳐난다.

재경지검의 B 검사는 오늘도 야근이다. 검찰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간단히 저녁 식사를 한 것을 빼면 오늘도 가족의 얼굴을 제대로 보긴 글렀다. 살인 사건 피의자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수집했던 증거자료를 다시 한번 살펴봤다. 인신을 구속하는 만큼 거듭 신중할 수밖에 없다. B 검사는 자정이 돼서야 검찰청을 나섰다.

B 검사는 “사건에 파묻혀 산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라며 “야근은 일상이고, 주말도 반납할 때가 많아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 수사 담당 검사들은 밤새 일하기 일쑤”라며 “검사에게 저녁이 있는 삶이란 그저 다른 세상 얘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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