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8월 증시] ‘고래싸움’에 힘 잃은 코스피…박스권에 갇히나

입력 2018-07-2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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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부진의 늪’에 빠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인해 글로벌 증시가 방향성을 잃은 가운데 뚜렷한 호재가 부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400선에 이어 2300선마저 내주게 됐다. 8월을 앞둔 현시점에서 전문가들의 전망 역시 그리 밝지 않다. 무역분쟁이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추가 하락폭은 제한적이지만 일진일퇴의 흐름이 반복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분기 어닝시즌 초입에서 방향성 잃은 코스피 = 코스피는 이달 초 급락한 이후 뚜렷한 방향성 없이 등락을 거듭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7월 첫 거래일이었던 2일 심리적 지지선인 2300선을 내주고 5일에는 2257.55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회복 구간도 있었지만 상승세는 길지 않았다.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2분기 어닝시즌 초입에서 기업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2분기 어닝시즌의 시작을 알린 삼성전자의 실망스러운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증권가가 내놓는 코스피 이익 추정치는 최근 하향 조정되고 있다.

서동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들어 대외적으로는 무역분쟁으로 이머징 국가에 대한 투자심리 전반이 훼손되고 있다”면서 “대내적으로는 부진한 수출과 고용,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 경영환경 악화 등으로 인해 한국의 매크로(거시) 환경 불확실성은 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이어 “코스피 2분기 이익 추정치는 연초 대비 4.3% 줄어든 52조2000억 원으로 전망한다”면서 “이익 전망의 지속적인 하향 조정 추세를 감안한다면 이마저도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박스권으로 접어드나 = 8월 증시는 등락폭이 제한된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하향세가 더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최근 지수 하락이 2016년 말부터 이어진 상승장을 마감하고 새로운 박스권 장세로 접어드는 신호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이어 “박스권은 상승 모멘텀이 부재하고 하방 경직성이 강할 때 형성된다”면서 “예상이익이 하향 추세로 전환한 데다 상승 모멘텀도 없어, 코스피가 2200~2500의 박스권에 초입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7월 증시를 짓눌렀던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 △국내기업 실적 부진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 우려 등이 해소돼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증시 바닥은 잡혔는데 상승 모멘텀의 신호가 없어 상단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모멘텀에 따른 코스피 동선을 추정해 보면 기업 실적 전망 개선이 절실하지만, 성장의 부재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됐다”면서 “기업이익 전망에 변화가 없다면 향후 1년간 코스피 밴드는 2200~2450포인트 내의 박스권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글로벌 무역분쟁이 해소되지 않고 더 격화될 경우 코스피는 향후 1년 후 1938포인트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이런 가운데 8월도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변수는 상당하다.

당장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다. 연준은 6월 금리를 인상했으며, 하반기 2회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이번 FOMC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은 예정돼 있지 않다.

8월 6일 미국 정부의 이란 제재 복원도 시장의 변수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대이란 제재가 복원되면 국제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는 중국이 이란 원유 수입을 확대할 경우 유가 하락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한다. 8월 말 열리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인상 여부도 증시 변수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8월 혹은 10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IT·바이오 반등할까 =7월 코스피 약세 원인의 중심에는 IT와 제약·바이오가 있다. 국내 증시의 한 축을 담당했던 반도체 업종이 고점에 도달했다는 증권가 분석이 나온 것이 투자심리를 흔들었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이슈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신약 개발 기대감을 모았던 네이처셀이 주가 조작혐의로 라정찬 대표가 구속되는 등 개별 기업의 악재에 누적된 피로감이 바이오주의 전반적 급락세로 이어졌다.

증권가에서는 두 업종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IT 업종은 중장기적으로는 업황·실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지만 3·4분기까지 실적 개선세, 업황 호조 등을 감안할 때 기술적 반등이 나올 수 있는 가격대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제약 바이오 업종은 추가 하락 압력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실적 확인 전까지 불안감은 지속될 것이며 단기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 나올 수 있지만 반등폭이나 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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