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공식 자리서 참모들에게 분노 표출”
트럼프는 공개적으로는 대북 협상 성공을 자축하고 있지만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즉각적인 진전이 부족한 것에 좌절하며 참모들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참모들과 국무부 관리, 외교관 등의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 협상에 푹 빠져 있으며 참모진에 협상 진행 상황을 매일 업데이트하라고 요구한다”며 “그는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언론들이 지난달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다루는 방향에 짜증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매체는 싱가포르 회담에서는 일정 등 비핵화의 구체적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 전문가인 김두연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은 “트럼프는 북한의 협상 스타일이 가져온 현실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북한의 방식은 항상 미국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WP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달 6일 북한 평양을 세 번째로 방문하고 나서 미국 관리들 사이에서 대북 협상 진전속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측에 싱가포르 회담에서 합의했던 미군 유해 송환과 관련한 세부 계획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미국은 유해 송환을 북한의 성의를 보여주는 사안으로 간주하고 있다.
막상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 도착하자 북한은 아직 세부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발뺌해 트럼프 정부 관리들을 격분시켰다. 미국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북한이 이미 200구 미군 유해를 송환했다고 밝히는 등 큰 압박을 받는 중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과 만나지 않기로 한 것도 불안을 자아냈다. 폼페이오는 자신의 방북이 성과를 못 내자 12일 판문점에서 북미 실무회담을 계획했으나 북한 측이 이를 취소시켰다. 이후 북한이 장성급 고위회담을 제한해 회담이 이뤄지는 등 양측 협상은 온갖 우여곡절 속에 힘겹게 진행되고 있다.
사정에 정통한 미국 관리들은 북한이 휴전협정 체결 65주년인 오는 27일 미군 유해 55구를 송환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미국 국방부는 수주 전 비무장지대(DMZ)에 미군 유해를 담을 관을 보냈으나 북한이 약속을 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을) 그만두기에는 이미 깊이 들어간 상태”라며 “최소한 중간선거 전까지는 현 대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두연 연구원은 “트럼프가 인내심을 잃고 다시 군사적 옵션을 심각하게 고려할까 걱정된다”며 “북한과의 협상은 항상 길고 복잡하며 핵 합의에 도달하는 길은 오랜 시간이 걸리며 이를 실현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 관리들은 대북 협상이 난항을 겪는 주범으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꼽았다. 김영철은 북미 회담 수석 대표이지만 자신은 일련의 이슈에 대해 적절한 권한이 없다며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 그는 이달 초 판문점에 신뢰할만한 통신 채널을 여는 문제나 폼페이오 장관의 향후 평양 방문 일정에 대해 논의하기를 거부했다고 WP는 전했다.
미국 국무부와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 센터장이 이달 초 회의에서 미군 유해 반환 등 실무적인 이슈에 대한 진전을 원한 것과 달리 김영철은 자신은 오직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편지만을 접수할 권한이 있다고 억지를 부렸다. 결국 회의는 1시간 만에 친서 전달만 이뤄진 채 끝났다.
이성윤 미국 터프츠대학 교수는 “김영철은 극히 무례하고 공격적이라는 평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철의 협상 전략에 좌절한 미국 일부 관리들은 리용호 외무상으로 협상 수석대표가 교체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보면 교체가 가능하다. 성명에서 미국 측 협상대표로 폼페이오 장관이 분명히 명기됐지만 북한은 ‘고위급 관리’로만 표기됐다.
빅터 차 한국석좌는 “북한 내에서 김영철과 리용호를 놓고 논쟁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리용호는 이슈를 잘 알고 있으며 완벽하게 영어를 구사한다. 김영철은 스파이 출신으로 협상가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