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 때아닌 보물선 테마가 등장했다. 제일제강공업 얘긴데, 장중 113년 전 침몰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주가를 단숨에 밀어올렸다. 이달 초 변경된 최대주주 가운데 한명이 돈스코이호 발굴을 주도한 신일그룹 류상미 대표이기 때문이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 인양사업을 비롯해 바이오, 종합건설, 엔터테인먼트, 블록체인 암호화 사업, 중국과의 e스포츠사업 등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신일그룹은 지난 15일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에서 1.3㎞ 떨어진 수심 434m 지점에서 발견한 선박이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로 확인됐다고 17일 밝혔다. 돈스코이호는 1905년 러일전쟁에 참전했다가 일본군 공격을 받고 울릉도 인근에서 침몰했다. 신일그룹은 해당 군함에 현재 가치로 150조 원에 달하는 금화와 금괴 5500상자가 실려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발견으로 돈스코이호 존재와 침몰 위치에 대한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며 “탐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소유권 등기와 본체인양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의 주가를 끌어올린 요소가 기업의 펀더멘탈이 아닌 대주주 변경과 ‘보물선 테마’ 이슈라는 점에서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제일제강공업의 주가는 이달 들어 111% 넘게 폭등했지만 최근 몇 년간 고르지 못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5과 2016년에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다 지난해 가까스로 흑자전환(16억 원)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79.8% 급감한 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감소 추세에 있다.
‘보물선 테마’가 시장에 등장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 유동성 위기로 상장폐지된 동아건설이 대표적인 사례다.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인양 사업에 착수한 이후 2000년 12월 보물선의 실체가 확인됐다고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주당 350원 수준이었던 동아건설의 주가는 보물선 인양 계획 발표 이후 17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결국 2001년 상장 폐지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 탐사를 추진했던 동아건설 임직원이 2015년 세운 회사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