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 "장기 주주에 의결권 더 줘야…국민연금 경영개입 필요"

입력 2018-07-1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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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섭 "경제민주화가 오히려 불평등 초래"

"대기업의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장기주주에 가중의결권을 줘 투기자본을 경계해야 한다"

장하준<사진>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10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기업과 혁신생태계' 특별대담에서 이같이 밝혔다.

장 교수는 "한국은 과거 고도 성장기에 1인당 국민소득 기준 경제성장률이 6%를 넘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2~3%대로 떨어졌다"며 "주된 이유는 외환위기 이전 14~16% 수준이던 국민소득 대비 설비투자 비율이 7~8% 수준으로 반토막 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설비투자 급감의 배경을 외환위기 이후 대거 유입된 외국자본, 특히 외국인 주주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단기이익을 추구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입김이 거세졌고, 이들이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하면서 대기업의 장기투자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장 교수는 대기업의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투기자본을 경계하고 주식 보유기간이 긴 주주에게 가중의결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컨대 1년 이하 보유주식 1주에는 1표, 2년 보유주당 2표, 3년 이하는 5표, 5년 이하는 10표 등 의결권에 차등을 두자는 것"이라며 "또한 자본이득세를 크게 감면해 주는 제도를 도입해 장기주식 보유를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재계에서 도입을 주장하는 포이즌필(적대적 인수합병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에 싼 값에 지분을 매수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 등은 영미식 주주자본주의 논리에 기반해 있으므로 주주 자본주의에 대한 방어장치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특히 장기투자 촉진 차원에서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개입이나 기업 이사회 내 노동자, 지역사회 대표 등의 참여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민연금 등 공공성을 가진 대규모 투자자들이 국민경제적 입장에서 주요 기업의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연금의 경영참여를 연금사회주의라고 비판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똑같은 돈을 가지고 노동자가 주주권을 행사하면 사회주의이고, 자본가가 행사하면 자본주의냐"며 "독일이나 스웨덴 같이 주요 기업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 지역사회 대표를 이사로 참여시켜, 기업 경영에서 단기투자 주주보다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더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크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날 대담 상대로 나선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개입과 관련해선 장 교수와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신 교수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 지분을 7% 가까이, 주요 대기업 지분을 10%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것은 기관투자자의 기본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며 "국민연금은 개별 기업지분율은 5% 이내로 낮춰야 하고 주식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한 중간단계 조치로서 일본처럼 주식투자 위탁운용비중을 크게 높여 '내부거래 억제'나 '다변화 촉진' 규제 아래 운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혁신성장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신 교수는 "혁신은 확률이 낮은 것에 투자하는 것이고 성공하면 '초과이윤' 또는 '대박'이 되는 것"이라며 "초과이윤을 죄악시하는 분위기에서는 기업가정신이 일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이 일어날 환경을 만들고 그 결과물의 적절한 분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소득주도정책에 대해서는 "소득을 올리기 위해 성장하는 것인데 소득을 먼저 올리면 성장이 이루어지고 다시 소득이 올라가는 경제는 있을 수 없다"며 "경제는 화수분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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