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주 52시간제] 보험업계 ‘영업맨’ 접대 업무 많지만… 근로시간 기준 애매모호

입력 2018-07-0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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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는 ‘주 52시간 근무’ 시행을 앞두고 근로시간 단축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보험업은 금융업의 특성상 주 52시간 근로 1년 유예기간을 인정받았지만, 대부분의 보험사가 선제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보험업의 특성상 마감이나 접대 등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부분에 대한 기준이 아직 명확지 않아 법 해석을 놓고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형 보험사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맞춰 주 52시간 체제 조기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교보생명과 삼성생명, 한화생명, NH농협생명 등은 이번 달부터 근로시간 조정에 나섰다. 근로시간 단축은 기존의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던 체계에서 벗어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조절하는 유연근무제를 통해 이뤄진다.

유연근로제는 크게 선택 근로제와 탄력 근로제로 나뉜다. 선택 근로제는 근로자의 생활방식에 맞춰 출근 시간을 앞당기거나 늦추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 자녀를 둔 근로자가 기존 출근 시간인 오전 9시보다 앞당겨 출근할 경우, 오후 4~5시께 퇴근해 아이와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탄력 근로제는 집중업무가 필요할 경우 초과근로를 하고, 쉬고 싶을 때는 쉬도록 해 평균 주당 근로시간을 맞추는 방식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나선 회사들은 두 방식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정비할 사안이 있어서 노사가 합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달 1일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는 것은 확정했지만, 선택 근로제와 탄력 근로제 관련해서 합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보험업의 경우 마감이나 전산 업무 등 일부 부서의 업무 특성상 초과근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보험금 지급·가입 심사 역시 업무상 야근이 불가피하다. 이에 선택 근로제 또는 탄력 근로제의 일괄 적용 여부와 초과근무 지원금 책정과 관련해 노사 간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초과 근무 후 단축 근무를 시행할 경우 업무 배분 문제도 있다.

대형 보험사와 일부 은행계 보험사를 제외한 곳은 자율출퇴근 제도와 PC오프제 등 간접 방식을 통해 근로시간을 줄어나가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이번 달부터 주 2회 PC오프제를 시행하고, 내년부터는 전면 시행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현대해상과 삼성화재는 PC오프제 시행을 확대해 정시 퇴근을 유도하고 있다. 신한생명은 PC오프제와 마감 보고를 폐지했다.

흥국화재는 챗봇(Chatbot·채팅로봇 프로그램)을 개발해 부수적인 업무 응대를 맡기는 등 업무시간 효율화에 나섰다.

삼성화재 또한 현재 수요일과 금요일에 시행하는 PC오프제인 ‘홈런 시스템’을 하반기부터 평일 전체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보험사의 업무특성상 주 52시간 근로체계가 적용되더라도 실제 업무시간을 줄이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영업이나 홍보 담당자들은 점심 또는 저녁 약속이 잦은데 이를 ‘초과근무로 해석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실제로, 올해 초 보험사에서 골프 접대를 담당하는 간부가 회사를 상대로 ‘골프 접대 근무시간 인정’ 소송을 냈다.

해당 간부는 3년간 주말과 공휴일 등 50일 가까이 골프 접대를 수행했다며 회사가 이를 휴일 근무로 인정하고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관련 판례에서는 출퇴근 시간이나 접대 시간이라도 사용자의 지휘나 감독 아래에 있다면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정의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내년 7월까지 근로시간 의무단축이 유예된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을 지시했지만, 관련 세부지침이 나올 때까지 관망하겠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지난달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판단 기준’ 브리핑에서 “현장에서 근로시간 관리 시 참고할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간의 관련 판례와 행정 지침을 일반화하는 작업을 거쳐 지침을 내게 됐다”며 “그러나 근로시간 판단은 사업주의 지시나 직무 관련성 등 개별 케이스별로 따지지 않으면 잘못된 판단이 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따라서, 보험업계는 내년 7월 전면 도입 시기 이전까지 정부의 구체적인 근로지침과 관련 판례를 최대한 참고한 뒤 세부시행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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