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 명예교수, 전 청와대 정책실장
종합부동산세는 공시지가에서 기본공제 9억 원(다주택자는 6억 원)을 뺀 뒤, 여기에 공정시장가액 비율 0.8을 곱해 과세표준을 정하고, 여기에 다시 누진세율 0.5~2.0%를 곱해 세액을 정한다. 위원회는 이 중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1.0까지 올리는 안과 세율을 0.5~2.5%로 올리는 안을 조합해 4개의 기본 안을 만들었다.
이 안들이 시행될 경우 주택과 토지를 합쳐 약 35만 명의 과세 대상자들이 적게는 4000억 원, 많게는 1조3000억 원 가까운 세금을 더 내게 된다. 적게는 평균 115만 원에서 많게는 370만 원 정도를 더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이 정도면 부동산 시장, 특히 말썽 많은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잡힐까? 어느 언론이 계산해 놓은 것을 보면 서초구의 ‘명품’ 아파트 60평대 한 채를 보유한 경우 늘어날 세 부담은 어느 안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연 40만 원에서 160만 원 정도가 된다. 30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이 이 돈이 무서워 살 것을 사지 않게 될까?
다주택자의 경우 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를테면 앞의 ‘명품’ 아파트를 가진 사람이 반포에 있는 작은 평형대의 아파트 하나를 더 보유한 경우, 최대 연 800만 원까지 더 낼 수도 있단다. 이 또한 그렇다. 이 정도 사는 사람들에게 이 돈이 얼마나 큰 부담이 될까?
세 부담을 무조건 늘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의 재산 관련 과세는 국내총생산 대비 3.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9%와 큰 차이가 있다. 35개 회원국 중 7번째로 높기도 하다. 세금을 더 이상 내게 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오히려 과세구조에 있다. 많은 국가가 보유 과세에 치중하는 반면, 우리는 거래 과세에 치중하고 있다. 2016년만 해도 보유 과세인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수입은 11조 원 정도인 반면, 거래 과세인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수입은 34조 원이나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재산세 실효세율만 해도 많은 나라가 0.5~1.2%이나 우리는 0.2% 안팎 수준이다.
이런 구조로는 부동산 문제를 풀 수 없다. 보유에 따른 부담을 느끼지 않는 구도에서 어떻게 부동산 보유를 억제할 수 있으며, 높은 거래 과세로 집을 팔고 싶어도 내놓기가 겁나는 상황에 어떻게 합리적 시장이 형성되겠나.
보유 과세를 크게 올리고 거래 과세를 크게 줄이는 것이 답이다. 안다.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구상을 하거나 시도한 정부들이 없지 않았으나 모두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보유 과세 강화는 소득이 발생하지도 않는 곳에 중과한다는 이유 등으로, 또 양도소득세를 포함한 거래 과세의 완화는 부자들을 봐주는 정책이라는 이유로 얻어맞기만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이런 소극적인 안을 내놓고 말 것인가? 국민의 높은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정부 아닌가. 부동산 관련 세제 전체에 대해 더 적극적인 개혁 의지가 있었으면 한다.
끝으로 한마디,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경우 유동성 자금이 더 큰 문제가 된다. 다시 말해 돈의 흐름을 산업 쪽으로 이끌 수 있는 산업 정책이 없으면 돈은 부동산이나 다른 투기시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흔히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참여정부 때의 그것을 말한다. 그러나 그때의 부동산 정책은 돈을 산업 쪽으로 흐르게 하는 문제와 깊이 연계돼 있었다. 뜻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정책 라인의 상층부는 경제정책과 산업정책까지를 포괄하는 큰 그림을 가지고 움직였다. 그래서 그런지 주가지수도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곤 했다. 부동산만큼 뜨거웠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돈의 흐름을 바꿀 만한 정책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참여정부와 비슷한 것 같지만 속은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일이 되건 안 되건 이래서는 곤란하다.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 무엇으로 이 돈의 흐름을 바꿀지에 대해 더 큰 신경을 써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