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영 산업1부 기자
각종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조 회장 측은 “사실과 다르다”, “(사실상) 위법이 아니다”, “당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등의 해명을 내놓았다. 앞서 직원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이 제기됐을 때에도 “현재 회사는 직원들의 성향을 파악해 관리하고 있지 않으며, 이를 별도로 문서화한 바도 없다”며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그런데 이 같은 변명이 무색하게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을 제기하는 자료가 또다시 등장했다. 과거 대한항공에서 인사 업무를 맡았다고 밝힌 전 직원에 의해서다.
그는 30일 ‘추천서열 참고사항’이라는 제목의 표가 담긴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승격 자료의 살생부’라고 이 표를 설명한 그는 자력(외국어, 각종 자격, 상벌점) 점수가 우수한 승격 대상자를 회사가 충성도가 약하다는 일방적인 잣대로 진급에서 탈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실제 2급 대상자인 김모 씨의 경우 자력 평가에서 1등을 기록했으나, ‘관리자 추천’에선 50점 만점에 7점을 받아 결국 종합 등수가 38등으로 추락했다. 비고란에는 ‘회사 LOYALTY(충성심) 부족’이라는 문구가 남겨져 있었다.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는 조직 구성원에게 ‘충성심’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총수의 눈을 가린 채 두고 총수의 비위 맞추는 것을 ‘충성’으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대한항공 임직원에게 현장은 매일 업무가 반복되는 곳일지 모르지만, 고객에게는 여행의 출발점이자 과정이다. 고객의 여행을 소중히 여긴다면 안전과 서비스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감히(?) 그의 당부를 되돌려 주고 싶다. “조양호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게 한진그룹은 ‘갑질’을 하기 위한 곳일지 모르겠지만, 직원들에게는 삶의 기반이자 가족의 미래입니다. 직원을 소중히 여긴다면 (기업의) 성장과 수익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입니다.”